이제 인생 2막을 슬슬 준비해야하는 시점이어 그런지 끝까지 관심과 기대를 갖고 읽었던 책.
친한 친구들에게 언젠가는 빵집을 낼거라고 농담삼아 말하기도 했었고, 실제 향긋한 빵집 냄새가 너무 좋아 막연한 동경을 가진 터라 더욱 진지하게 읽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작가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빵을 만드는데 필요한 균들의 발효 작용에 비유하여 부패하지 않는 경제를 위해서는 잉여(이윤)를 많이 남기지 않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정직하게 노동하고, 그에 맞는 합당한 댓가만을 지불받아 부패할 거리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인 것.
작가는 또한 직접 천연균을 활용하여 자연이 스스로 발효시킨 결과물로만 빵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스트를 사용해 인위적으로 많은 양의 빵을 만드는 대신 소량의 공들인 빵을 제공한다고.
(책을 읽다 알게된 것인데, 이스트가 빵반죽을 발효시키기 위한 균을 대량으로 공급하기 위해 표준화한 것이라고 하네요)
읽고 나서 드는 의문은 작가의 이러한 시도가 과연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내달리는 자본주의, 이윤 극대화의 시대에 맞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것.
어쩌면 지금껏 작가의 실험이 나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윤위주의, 대량 생산에 신물난 일부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대부분 생산자들이 이런 식으로 생산하게 된다면 결국 또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이고,그럼 결국 가격을 낮추기 위한 유혹에 빠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작가가 말하는 부패하지 않는 경제란 결국 현실에서는 일부 대단히 뛰어난, 천재적인 일부 생산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닐런지.
일본인 특유의 장인 정신도 책에서 구체적으로 보았던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발효균을 알기 위해 오랜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자연 환경까지 맞추기 위해 이사를 마다하지 않은 것.
그리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빵을 만드는 과정을 보게 하여 정서와 환경에 익숙하게 해 주는 것.
빵을 만들더라도 음악, 예술과 같은 다른 분야에도 관심과 이해가 있어야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 등등.
이런 면들을 보며 일본에서 많은 가업들이 명성과 기술을 이어오고 있는 배경과 저력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언가 하찮은 것을 하더라도 깊이 생각하고, 정성을 들여야 하겠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듯.
나중에 인생 2막에 무엇을 할 지 모르겠으나 그 태도는 어때야 하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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