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

반려견 노화와 안락사 - 2) 안락사

TommyTomTom 2019. 6. 7. 12:21

이번 포스팅은 안락사를 고민하면서 이것저것 찾아보거나, 생각했던 것들을 두서없이 정리해 봅니다.

앞선 블로그 글에서도 밝혔듯 비전문가의 경험담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될 듯.

 

- 안락사 수용 여부

제일 먼저 정해야 할 부분은 안락사를 할지말지에 대한 결정이 아닐까.

사실 이 결정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우리 부부 둘 다 언젠가 서로가 힘들고 절망적인, 더 이상 행복하지 않고 인간으로 품위와 자존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우리도 존엄사를 택하자고 평소 생각하고 있기 때문.

 
또한 반려견의 마지막 순간을 우리가 책임줘 져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기에 안락사에 대한 거부감 자체는 없었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냐에 대한 것이 어려운 문제였음.

 

- 안락사를 생각하게 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게 하는 측면들
[안락사를 생각하게 하는 측면들]

- 인간의 관점에서, 대략 아래와 같은 어려움과 고통들 때문에 안락사를 택하게 되지 않을까.
▶ 정서적, 감정적 어려움

   반려견은 고통스러워 하는데 아무것도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고 그냥 지켜보아야 하는 안타까움과 고통으로 무기력해진다.
   반대로, 어떻게 해 줘도 아파히고 힘들어하니 사람도 짜증이 나고 지치게 된다.

   사람도 지치니 때로는 반려견에게 화도 내고 감정을 잘 추스리지 못할 도 있다.

▶ 육체적 어려움
   생의 마감을 앞둔 반려견은 밤낮 없이 수시로 울고 바둥거린다.

   주인이 잠 못 이루고 돌봐주어야 하니 하루 하루가 지치고 힘들어지는 것.
   대소변을 받고 치워야하는 것도 노동이고, 밥도 그냥 사료를 못 먹으니 처음엔 물에 불려 주다 나중에는 믹서기로 갈고, 따뜻한 물에 말아서 줘야하고, 먹을 때 옆에서 챙겨줘야한다.

  아파서 울고 징징거리면 달래야하고.

 

▶ 경제적 어려움
   건강할 때와 달리 노화를 대비하는 비용이 커진다.
  병원비, 각종 보조 기구, 특별해지는 사료, 기저귀, 배변패드 등등

 

▶ 오감의 어려움
   입에서 나는 역한 냄새(마지막 순간으로 갈수록 이 냄새는 점점 진해진다, 솔직히 16년 같이 보낸 주인으로서도 참기 어려윘을 정도)
   또한 대소변을 잘 못 가리고, 시각,후각이 둔해지며 대소변을 곳곳에 밟고 다녀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기 일쑤.

 

- 반려견 측면

  고통으로부터의 탈출이 아닐까.
  현재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생명을 내려 놓는 것...

 

 

[안락사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들]
- 인간의 관점
▶ 반려견과 헤어지기 힘듦

    아직 숨을 쉬고 있고, 힘들지만 안아주면 또 잠깐은 진정하는 것 같고, 때때로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사랑하고 정든 존재와 헤어지는 것이 상상이 잘 안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안락사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인간의 이기심때문은 아닌지, 그냥 좀 더 참고 보살펴주고 인내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들이 계속된다.

 

▶ 현재 겪는 어려움과 불편들의 크기와 심각함에 대한 갈등

    지금의 어려움들이 과연 정말 그렇게 견디기 힘들고 어렵기만 한 것인가?

   잠 좀 적게 자고, 불편함 좀 더 감수하고, 능력 되는 한에서 경제적으로도 해 줄 수 있는 것 더 해주면 더 버텨낼 수 있지 않은가?

 

▶ 반려견 고통에 대한 확신

    반려견이 정말 힘들어 하는 것일까?

    반려견의 고통을 인간이 알 수는 없는데 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인간이 직접 생명을 앗아간다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 생명을 직접 거두는 것에 대한 두려움
   우선은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뭔데 생명을 앗아가는 결정을 내리고 있는거지? 하는 물음과 함께.

   또 다른 측면으로는, 미신적인 이유이겠지만 안락사 후에 좋지 않은 일들이 있었다는 사람들의 경험담들이 영향을 주기도.

   또한 반려견도 영혼이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안락사를 결정한 주인에 대한 원망이 있지는 않을까

 

▶ 안락사 시기에 대한 확신
   반려견의 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은 알고 있지만 실제 언제가 끝일지 모르니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계속 기다리게 된다.

  예를 들어 지금 못 걷고, 보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조금씩이라 먹고 있으니 몇 달간은 더 버티지 않을까?

  너무 일찍 우리가 서두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 안락사 시기를 결정하며.-
언제 보내야 하나? 더 기다려야 하나? 지금이 적기인가?
이 시기에 대한 결정을 하는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반려견이 겪는 고통의 크기에 대한 물음이었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은 동물이다보니 모든 결정을 인간 자의로 해야한다는 것이 결론을 바로 내리지 못하게 했다.


지금 지미(반려견 이름)는 정말 힘들어 할까?

비명을 지르고 울부짓기는 하지만 그건 고통이 아니라 그냥 반응이라면?

물을 주면 마시기도 하는데 아직 삶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이 아닌지?

우리가 그런 속내도 모르고 생명을 꺼 버리는 것은 아닌지?

 

이 고민에 대한 답은 사실 아직도 명쾌히 내리지 못하겠다.

 

그런데 몇가지 분명한 것은 결론을 내리는 주체는 당연히 반려견 삶의 대부분을 함께 한 주인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오랜 세월 함께 생활하며 생긴 반려견과의 교감에 따라 어느 지점에서인지는 그 고통의 크기와 삶의 의미를 저울질해서 선택해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내가 내리는 결정을 반려견도 기꺼이 받아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평소에 충분히 반려견과 많이 교감하고 상호간의 믿음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평소에 반려견에 충분히 잘 대해주어야 함의 또다른 이유이기도 한 듯)

 

대략 이 세가지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확신이 선 상태에서 안락사를 결정하게 된 것 같다.

처음에는 의사선생님에게도 물어보고, 인터넷도 뒤지며 언제 보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대략적인 가이드는 있었지만 그 시기는 결국은 주인인 내가 정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안락사를 결정할 즈음에 지미는 아주 많이 고통스러워함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눈을 뜨면 울부짖었고 더 이상 물도 잘 마시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어떻게 안아줘도 바로 만족하지 못했고 그저 뒤척이다 지쳐 눈을 감는 것을 보고는 더 이상 기다리면 늦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반려견과의 믿음은 16년 넘는 세월을 통해 견고하다고 생각했고.

(물론 우리 지미는 그렇지 않고 서운함도 많았겠지만...)


(※ 가족 구성원들이 여럿 있을 때는 상호간의 충분한 설명과 공감도 필요할 듯.

 어린 자녀들이 있거나 누군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멤버가 있다면 가장이나 어른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할 듯)

 

이렇게 결정을 내리고서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실행에 옳겼다.

 

지난 19년 4월 25일 목요일에 안락사로 보내고는 화장하여 분골을 받아서는 평소 자주 함께 다니던 뒷산 산책로에 산골하여 가까이 두고 있다...

 

 

 

[안락사 관련한 추가 정보들]

아래는 반려견 안락사에 대해 여기 저기 뒤적이면서 알게 된 것들.

아직은 국내, 해외를 포함하여 체계적이고 상세하게 정리돈 것을 잘 찾기가 어렵다.

그나마 해외의 수의사들이 포스팅한 글들이 몇몇 보여 읽으며 요점만 정리해 본 것이니 그냥 참조용으로 보시길.

 

▶ 안락사를 언제 할 것인가 시기에 대한 질문
- 정답은 없다!  There is no 'right' time.
-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냥 내뱉는 의견들은 큰 의미를 두지 말고 무시하는 것이 낫다, 그냥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충실하라.
  당신만큼 자신의 반려견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안락사를 위한 조건
아래 사항들이 만족되어야 한다고.
1) 우선은 반려견의 상태가 안락사에 해당되어야 한다
- 고통을 받고 있고, 그 고통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과 대안이 없을 경우
2) 반려견의 주인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생의 마감을 앞둔 반려견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증상
1) 잘 먹지 않는다(영양 부족)
2) 잘 마시지 않는다(수분 공급 부족)
3) 소변 습관의 변화
4) 대변 습관의 변화(혈변이 있거나, 주기가 달라졌거나, 잘 참지 못하거나)
5) 행동의 변화 - 평소에 좋아하던 것도 잘 하지 않고 더 이상 활력이나 즐거움을 보이지 않는다.

* 추가로 아래와 같은 증상들도 있다고
.잇몸 색 : 핑크가 아니고 검게 변한다
.건망증 : 잘 지내던 장소에서도 뭔가 낯설어 하고 불편해 한다
.약에 대한 내성 : 잘 듣던 약들도 더 이상 효력이 없다
.숨는다 : 평소 있던 곳이 아닌 곳에서 자거나 웅크리고있다
.직감 : 뭐라고 꼭 집어낼 수 없지만 주인들은 감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안락사 유형
.family-practice euthansia :

  가정에서,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과정으로서의 안락사
.emergency room euthansia :

  응급실에서, 더 이상 조치가 어려운 상황의 안락사
.convenience euthansia :

  이건 그냥 인간의 편의를 위한 강제적인 죽음,ㅡㅡ
.behavior euthansia :

  사람을 물거나, 상해를 입힌 동물에 대한 안락사

 

노견/노묘들을 위한 팁
.의사 선생님 자주 찾아가고
.평소 좋아하는 것들(장난감, 담요 등) 넣어 주고
.욕창 걸리지 않게 따뜻한 곳에 푹신한 쿠션들 많이 넣어주기
.대소변 어려울 수 있으니 자주 확인하고 챙겨주기


* 경험상 대형견들이 노령화되면 삶의 질이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사람이 붙어 직접 캐어하기에는 너무 크니까

* 종별로 평균 수명을 알아 놓는 것도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수의사들의 경험에 따르면 다수의 보호자들이 오히려 너무 늦게 해 준 것이 아닌가하고 후회한다고..


 

안락사 절차
2가지 스텝인데, 우선은 프로포폴 같은 마취제를 투여해서 강아지가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한다. 
다음으로는 pentobarbital 같은 약품을 정맥에 주사한다.

대부분 1분 이내에 바로 숨을 거두는데, 다수의 반려견들이 눈을 감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너무 감정적으로 어려워하지 않기를.

일부 강아지는 적은 량의 대소변을 남기기도 한다고.

 

( 참고로, 저희 같은 경우 반려견 장례 업체를 통해 안락사를 진행할 의사 선생님을 소개받았습니다.

  지미가 어릴 때 부터 봐 주시던 선생님이 계셨지만 개인적 사유로 직접 안락사를 하지는 않으셔서 할 수 없이 업체 소개를 받았네요.

  실제 안락사 절차는 채 5분도 되지 않았습니다, 엄숙하기는 하지만 지체없이 바로 바로 진행하시더군요.

  안락사 후에 화장장까지는 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어 잠든 아기를 안고 바로 갈 수 있었습니다.

  혹시나 몰라 안락사 후에 화장장까지 이동할 때 지미를 넣어 갈 작은 종이 박스를 준비하기는 했지만 쓸 일은 없었구요.

  잠든 녀석을 안고 가는 그 길이 참 많이 슬펐습니다, 아내도 많이 울었었고... )

 

아래는 제가 좋아하는 그림인데, 출처를 잘 몰라 밝히지 못하고 사용합니다.

 


반려견/반려묘가 집에서 숨을 거두었을 때
- 24시간 정도는 집에 두어도 되지만 가능한 빨리 후속 과정을 밟는 것이 좋다
- 장시간 보관해야 하는 경우 사체를 랩에 싸서 냉동/냉장에 두는 것을 추천한다고.
- 냉장고에 들어가기는 너무 큰 경우 서늘한 콘크리트 바닥 같은 곳에 두어야, 이런 경우 커버나 랩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단다

  (열에 의한 손상 발생 가능)

 또는 아이스 백과 함께 상자 같은 곳에 보관해도 되는데, 이 경우 젖지 않도록 별도로 비닐 같은 것으로 분리해서 둔다.


# 참고한 사이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When Is It Okay to Euthanize a Pet? | Rover Blog -
https://www.rover.com/blog/when-is-it-okay-to-euthanize-a-pet/##


Dog Euthanasia: When Is the Right Time? Should You Be Present? -
https://www.dogster.com/lifestyle/dog-health-euthanasia-when-is-it-time-should-you-be-present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고전 건축 용어 정리  (0) 2020.01.27
반려견 노화와 안락사 - 1) 노화 과정  (0) 2019.06.07
횟감 생선  (0) 2016.02.09
Fruits outside Korea  (0) 2016.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