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2013 Spain

31. 아, 알바라신!(Albarracin) - 5 (2013.9.19 목)

TommyTomTom 2014. 1. 1. 00:16

알바라신의 주요 박물관들과 중심 거리는 다 돌아보았고, 이제 골목 골목을 누비며 조금 더 천천히, 가까이 다가가 보도록 합니다.

 

이곳에서는 특이한 모양의 문고리를 가진 집들을 가끔 볼 수 있어요;

사실 알바라신 소개 사진에 자주 나오는 도마뱀 모양의 문고리를 가진 집을 찾아 헤맸는데 결국 찾지 못하고 대신 저 사진으로 위로해 봅니다~

 

알바라신 소개하는 글에는 절대 빠지지 않는 명소, 기울어진 집.

전혀 좌표를 모르고 헤메다 작은 가게 주인 아주머니에게 물어 겨우 찾아왔다능.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본.

일부러 저렇게 살짝 기울여서 지은 것 같은데, 실제 사람이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집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난 작은 골목길이 제가 자란 부산 동상동 시장 골목을 닮기도 하여 정겹게만 느껴집니다.

벽에 걸린 가로등도 해저문 밤이면 어떤 빛을 띌지 궁금.

 

기울어진 집을 지나 조금 더 오르니 이제 성벽이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아우, 저 위를 올라갈 수 있다니; 심장이 콩닥콩닥, 어떤 파노라마가 펼쳐질까 기대 만발~

 

먼발치에서 볼 때에는 성벽이 꽤 높아 보였는데 막상 길을 찾아 오르기 시작하니 금세 저 아래 집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집사람은 아래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저 혼자 뜀박질로 비탈길을 오르다 잠시 내려다본 마을.

저기 아래 담벽에 기대어 혼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아내.

 

5분 정도 올랐을까요?

다시 뒤돌아보니 오전 내내 걸었던 마을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건물 하나, 지붕 하나하나의 모습과 색상, 느낌을 헤아리고 마음에 담아보고 싶은...

하루 종일 저 풍경만 내려다보고 있어도 지루할 것 같지 않았던 기억입니다.

 

중턱 정도 올라 내려다본 마을 어귀.

차를 두고 온 주자창이 저 아래 보입니다; 주차장 바깥으로는 민가가 없는 황무지인가 했는데 여기서 보니 길도 계속 이어지고 듬성듬성 집들도 보이네요.

 

드디어 성벽. 4~5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높다란 벽이 산등성을 따라 이어져 있는데 성벽의 돌들 역시 붉그레한 빛을 띄어 마을의 집들과 같은 무리임을 보여주는 듯.

 

지구 과학 시간이 생각나네요; 수천년에 걸친 퇴적과 지각 운동이 반복되어 어쩌구 저쩌구, ㅋㅋ

저 반대편 구릉 아래 구불구불 걸어왔던 길이 아마득하게만 보이네요..

 

성벽 한쪽 망루에 오르며.

조금 나이 들어 보이는 부부 한쌍이 손을 붙잡아주며 내려오시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내리막 좁은 길에서 한쪽으로 비켜드리니 웃음 지으며 고맙다고 하시던...

 

성벽 바로 아래까지는 그냥 평범한 비탈길이었지만 망루에 오르는 짧은 구간은 경사도 가파르고 길은 좁아 조심조심 올라야 했던 기억이에요, 그래도 뭐 등산화까지 필요한 정도는 아니고 구두나 운동화로도 조금 주의만 하면 충분히 오를 수 있을 정도.

 

마을의 제일 높은 곳이 아닐까; 드디어 망루꼭대기에 도달.

여기는 정말 오르는 계단도 좁았고, 망루 위도 난간 하나 없어 잔뜩 긴장하고 몸을 낮추어 살금살금 다녔던 것 같네요.

사진 찍는 잠시의 시간도 다리가 후달거려 얼른 얼른 셔트를 눌러야 했던.

 

성벽 위에도 통로가 있어 사람이 왕래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알바라신의 성벽은 그 정도의 폭은 되지 않고,

그저 침투를 막는 방어 용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얼마전 보았던 EBS 공성전 다큐멘터리가 생각나더군요~

 

망루에서 바라본 성벽 건너편.

나즈막한 산등성이들이 끝없이 반복되며 펼쳐져 또 다른 성벽을 이루는 듯.

아침에 테루엘에서 달려왔던 도로도 저 곳 어딘가를 가로질러 놓여 있을 것 같아요.

 

# 이건 동영상으로 남겨본 성벽 위에서 바라본 파노라마.

 

성벽의 북서쪽 방향.

협곡이 잠시 주춤하며 산등성이가 완만하게 이어져 멀리 보이는 산마루까지 길이 닿아 있습니다.

시간이 되면 저기 저곳 산정상까지 걸어봤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아내가 기다리는 마을로 다시 발길을 돌립니다.

 

내려오는 길에 바라본 알바라신의 민가.

나무 기둥을 가로,세로로 지른 위에 흙벽을 쌓고, 천장에는 기와를 올린 것이 어찌보면 구조는 우리나라 전통 가옥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복층에다 나름 베란다도 갖추고 있어 현대가옥의 모습도 보이는 듯.

가끔씩 해외여행을 다니면 제일 궁금한 것 중 하나가 저런 집들의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것이였는데;

이곳에서도 그 궁금증을 채우지는 못하고 내려옵니다.

 

도마뱀 모양의 문고리를 가진 집을 찾지 못해 아쉬웠는데, 제 마음을 알기라도 한 걸까요.

내려오는 길 어느 집 입구에서 우연히 마주친 real 귀여미 도마뱀!

신기하고 반갑기도 했고, 왠지 그냥 좋은 징조인것 같아 흐뭇~

 

마지막으로 이런 길을 내려와 주차장으로.

박물관 두 곳 짧게 들리고, 마을 전체 한 바퀴 도는 데는 대략 3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네요.

 

하루 정도 이 곳에 머물며 이른 아침 연한 햇살과, 정오의 따가운 태양, 그리고 저녁 노을에 물드는 마을의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며 아쉽게 차의 시동을 걸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