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2013 Spain

33. 쿠엔카(Cuenca) - 산 마테오 축제 (2013.9.19 목)

TommyTomTom 2014. 1. 1. 17:38

알바라신을 떠난지 2시간 정도 지나 쿠엔카에 도착.

 

우선 예약한 파라도르를 찾아 짐을 풀고는 마을 중심가를 찾아 나섭니다.

 

쿠엔카는 후카르 강을 사이에 둔 협곡에 위치한 중세의 모습을 간직한 그다지 커지 않은 마을이에요;

협곡의 한쪽 언덕에는 오래된 성당과 수도원, 박물관과 신학교 등이 있고, 반대편 언덕에는 오래된 파라도르가 자리잡고 있으며, 그 둘 사이를 철교가 이어주고 있습니다.

 

쿠엔카 파라도르.

 

테루엘 파라도르보다 규모도 크고 내부 장식도 고급스러운 느낌.

 

반대편 언덕에서 바라본 파라도르 전경.

주차 공간이 좁아 입구의 도로에 주차를 해야 했고, wi-fi도 잘 터지지 않아 좀 답답하기는 했으나 넓다란 방에 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아 조용히 쉴 수 있어 좋았던 곳.

 

침실 사진입니다. 오래된 가구와 천장의 장식이 예사롭지 않는 듯.

 

여기도 이렇게 커다란 열쇠를 주더군요; ^^

 

잠시 삼천포로 빠졌네요, ㅋ

다시 쿠엔카 탐험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파라도르와 마을을 이어주는 철교.

약 40미터 정도 높이이며, 보시다시피 좁은 폭에 난간도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것은 아니나 저 길을 건널 때에는 최대한 중앙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고, 아래도 내려보지 않으려고 애썼던.

 

쿠엔카의 명물; Hanging House.

언덕 끝 제일 가파른 곳에 위치해 있으며 각종 전시물 등이 있다고 하는데 저희가 갔을 때에는 개장하지 않아 내부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저 발코니를 잘 보시면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오히려 크게 만들어 불안과 긴장감을 주고 있습니다; 아마도 위층에서 아래층 발코니에 가려 전망을 가리는 것을 막으려 저렇게 만든 것이 아닐까 추측.

 

그런데, 분위기가 어째 좀 이상합니다...

평일 오후인데 대부분의 전시회, 박물관은 다 닫힌 듯 하고 마을 전체에 요란한 음악소리가 크게 울리고 있고,

사람들도 여기저기 무리지어 모여 있더군요.

처음엔 그냥 이곳 고등학교나, 대학교 축제인가 싶었는데;;;

 

이건 좀 심하다 싶을 정도.

어느 골목을 가도 같은 색상의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술도 한잔씩 걸친 듯.

주정을 부리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국의 낯선 마을에서는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것만으로도 위축이 되더군요.

마을 주민들도 동양인들이 신기했던지 카메라를 메고 지나가는 저를 보고는 사진 한번 찍어라고 아우성입니다.

도대체 뭘까... 무슨 행사인거지?...

 

 

마을 중앙의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오니 붐비던 사람들도 좀 줄고, 비로소 한가로운 산책이 가능했던 듯.

맞은편에 파라도르와 건너왔던 철교가 작게 보입니다.

 

많은 인파에 놀라서인지, 아내는 이제 내려가서 오늘 일정은 그만 마무리하자고 하네요.

오전에 알바라신을 보며 너무 좋았는데, 행운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겠지 생각하고는 발길을 돌려 봅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까보다 사람들도 더 많아졌고, 분위기도 더욱 up된 듯 합니다.

작은 골목 입구에는 아예 나무로 바리케이드를 쳐서 지나다니기도 어렵게 해 놓아 마을 어귀까지 오는데도 한참이 걸렸네요.

 

그런데 이 모든 상황에 대한 답은 위 사진의 티셔츠 문구에 있었던 것.

산 마테오(San Mateo) 축제.

밧줄을 감은 소를 마을에 풀어 놓고는 주민들은 소를 피하기도 하고 약올리기도 하면서 소가 지칠때까지 마을을 돌아다니며 흥겹게 노는 축제인 것 같아요.

(인터넷을 찾아봐도 자료가 많지 않은 것을 보니 그다지 알려진 축제는 아닌 듯.

 스페인어 가능한 분이라면 이곳 링크를.)

 

몇 장면 더 올려 봅니다~

 

소를 완전 풀어놓지는 않고, 저렇게 밧줄을 묶어 가끔씩 몰아주기도 하더군요.

 

동네 꼬마들은 저렇게 명당 자리를 차지하고~

 

 

이런 장면은 사진보다는 영상이 훨씬 잘 전달하겠죠?

짧게 촬영한 영상을 올려봅니다.

 

바리케이드 뒤에도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아 까치발을 하고는 겨우 볼 수 있었습니다.

아내와 둘이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교대로 보고 있으니 선뜻 음료수 박스를 내어주며 올라가서 보라고 하시던, 그저 말없이 손짓과 눈빛으로만 자리를 만들어주시던 후해 보이던 아주머니가 생각납니다, Gracias~

 

30분 정도 보았을까?

처음엔 신기하고 궁금해서 보았는데 나중에 소가 지쳐 무릎을 끓는 모습을 보니 좀 안됬다는 생각이... 

 

축제에는 맛난 음식이 빠질 수가 없죠~

이곳도 역시 간이 포장마차가 여럿 들어서고, 몇가지 길거리 음식을 팔고 있더군요

사진은 커다란 삶은 감자에 치즈와 얇게 썰은 야채를 곁들인 요리(?)

처음 갔더니 아직 감자가 없다고 한참 후에 오라고 하면서 미안해하던,  항상 웃으며 대해줬던 점원들도 잊기 어려울 듯.

(그런데 감자가 정말 컸어요~ 왠만한 어린 아이 얼굴만 했던 것 같네요.

 맛은 그럭저럭; 감자와 케첩, 치즈가 버무려졌으니 우리 입맛에도 전혀 낯설지는 않은 맛이었습니다)

 

요란한 축제를 벗어나 다시 파라도르로 향합니다, 이제 언덕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기 시작하네요...

 

왔던 철교를 다시 건너...

 

파라도르 도착해 얼마 안 있으니 해도 저물고, 저 멀리 노을이 조용히 마을을 감싸줍니다.

이제 다들 그만하고 집으로 좀 가라는 듯, ㅎㅎ

 

아내는 일찍 잠들고...

이곳은 맥주 한 캔 구하기도 힘든데 잠은 오지 않고, 홀로 정원에 나와 와이파이 덕에 밀린 트윗이나 좀 보다가 쿠엔카의 야경 몇 장 남겨봅니다.

 

 

 

 

Good bye, Cuenca.

Can I have a chance to see you again in my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