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Book-100자 서평/2016

사랑하는 안드레아

TommyTomTom 2016. 7. 17. 09:10

 

별 기대없이 펼쳤으나 읽을수록 공감하고 빠져들었던 책.
엄마와 아들이 나눌 이야기들이 좀 뻔하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이들은 그냥 평범한 엄마와 아들은 아닌 듯..
고등학교, 대학 초년의 아이 사고가 저렇게까지 닿을 수 있을까, 그 맘때 나는 저런 고민들이 있는지나 알았던가.

 

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들부터 삶과 죽음, 우리 시대의 사회.문화.정치적 문제들까지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주고 받은 편지들을 읽다보면 따뜻하지만 날카로운 시각들이 느껴집니다.

 

엄마와 아들, 젊음과 늙음, 동양과 서양(유럽), 이렇듯 대척점에 있는 양쪽의 소리들을 같이 들을 수 있어 더 좋았던 듯.

 

 

기억에 남는 몇 부분 옮겨봅니다.

 

 

 

『(홍콩이) 유럽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한 가지가 있는데 그건 바로 홈콩에는 문화가 부족하다는 거에요.
...일종의 생활태도나 정취같은 것 말이에요..
유럽을 예로 들면 저는 그런 게 좋아요.

친구랑 차량 진입 금지 구역의 어느 노천 카페에 앉아 이탈리아 커피를 마시며 따사로운 가을날 오후의 바람을 느끼는,그런 거요..
단순히 어느 장소가 아니라 그곳을 둘러싸고 있는 전체적인 정서와 분위기가 좋은 거예요.

그런게 바로 어떤 생활방식이자 그곳만의 문화인거죠....』

 

 

『(엄마는지혜롭게 늙음을 맞고 싶어.
늙음은 사실은 망가짐의 과정이지. 이 망가짐을 어떻게 지혜롭게 처리할 수 있을까? 엄마는 이 궁극적인 질문에 감히 어떤 답도 하지 못해. 단지 나 자신의 개인적인 망가짐을 처리하는 기술적인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어. 가령 정신을 잃었을 때 응급처치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숨쉬기가 곤란해질 때  관을 삽입할지 말지.또 유골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독자에게, 국민에게 어떻게 기억되든 그런 건 상관없어.

안드레아, 상상해 봐.눈으로 덮인 높은 산을 힘겹게 오르던 너와 필립은 어느 오두막에 도착해. 오두막 안에서는 장작이 활활 타오르며 실내를 환하게 비추고, 너희의 가슴을 훈훈하게 데워주지. 이튿날 날이 밝으면 너희는 계속해서 산을 오르지. 용기와 힘으로 충만한 채.

장작불은 이미 꺼지고 없지만, 영원히 소멸되지 않는 마음속 열기와 빛은 너희 가슴 속에 살아 있으니까. 그리고 그 힘으로 꽁꽁 얼어붙은 눈 앞의 길과 맞닥뜨리지.

누가 간밤의 장작을 기억할까? 그 장작은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기억할지 신경이라도 쓸까?
하지만 엄마는 알아. 너희가 오래도록 엄마를 기억할 것을 말이야. 엄마가 엄마의 죽은 아버지를 기억하는 것처럼.

어느날 인파로 북적이는 런던이나 홍콩의 대로를 걷다가. 또 까르르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올 때. 또 박태기나무에 활짝 핀 분홍 꽃송이가 바람에 하늘거릴 때, 그럴때면 어쩌면 너희는 문득 엄마 생각에 잠시 걸음을 늦출지도 모르지.』

 

 

엄마는 가난한 사람과 약자를 돕는 사람이 존경스러워. 실험실에서 묵묵히 일하는 과학자도 존경해. 권력에 저항해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자 하는 사람들도 존경하고,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를 직접 키워내려는 사람들을 존경해..
마지막 촛불 하나까지도 타인들과 나누려는 사람들을 존경해. 거짓을 부추기는 시대에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존경해. 힘이 있으면서도 무릎을 꿇어 가난한 사람의 발가락에 입 맞출 수 있는 사람을 엄마는 존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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