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2013 Spain

21. 카사 바트요(Casa Batllo) (2013.9.17 화)

TommyTomTom 2013. 12. 6. 00:03

카사밀라를 나온 시간은 대략 12시 전후 정도 되었던 것 같네요.

얼마 가지 않으면 바로 카사 바트요가 있다고 하니 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어봅니다;

 

카사밀라 바로 앞의 자전거 도로.

주차되어 있거나, 침범하고 있는 차량 하나 없이 온전히 자전거만을 맞으려는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바르셀로나 어디든 자.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저 부럽~.

 

 점심은 카사밀라와 카사바트요 중간 정도에 있었던 La Rita라는 식당에서.

   
 

 

먹던 걸 찍어 좀 지저분한가요? ㅎ

10분 정도 기다려서 겨우 자리를 받을 수 있었고, 나중에 나올 때 보니 문 밖으로까지 줄이 길어져 있더군요.

저렇게 먹고 20 유로 정도 나왔고, 음식도 먹을 만 했던 것 같습니다.

 

 

식사 마치고 나오니 1시를 훌쩍 넘긴 시간.

수요일부터는 남쪽으로 이동할 계획이기에 바르셀로나에 여유롭게 머물 수 있는 날은 화요일이 마지막이 되고,

아직 뭐 하나 쇼핑한 것이 없어 이러다 결국 아무것도 못 사고 공항내 기념품점만 기웃거려야 하는 건 아닌지 조바심이 납니다.

 

카사밀라, 카사바트요가 있는 그라시아 거리(Passeig de Gràcia)는 바르셀로나의 명동과 같은 거리로 보면 될거 같아요;

큰 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명품 샾들과 사무실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디자인 제품들을 볼 수 있는 빈손도 바로 이곳에 있지요.

 

이렇게 이름난 쇼핑 거리를 바로 앞에 두고 우리 부부의 갈등은 시작됩니다;

'카사 바트요까지 다 보고 나면 여유있게 쇼핑할 시간이 없을텐데?'

           VS

'쇼핑이 중요해? 그래도 이 유명한 카사 바트요를 어떻게 포기할 수 있냐?

 

남자인 제가 당연히 양보를 했을까요?

어림없죠, ㅎㅎ

조금은 간 큰 결정을 했습니다;

저는 카사바트요 관람을 , 아내는 빈손 구경을 하기로 타협점을 찾았습니다.

아마 바르셀로나 첫날이라면 이런 결정을 못했을 것 같네요;

며칠 지내다보니 나름 자신감도 생겼고, 워낙 사람들이 많은 거리라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렇게 잠시 떨어질 생각을 할 수 있었던 듯.

다시 만날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휴대폰 비행기 모드도 해제해 언제든 통화할 수 있도록 하고는 잠시 bye~

 

 

 

카사 바트요.(Casa Batllo)

말 그대로 해석하면 바트요씨의 집인 셈.

원래 1800년대 후반에 중산층을 위해 지은 집인데, 바트요씨가 그저 위치가 좋아 매입한 것을 가우디의 손을 빌려 리모델링되었다고 하네요.

외관만 보면 카사밀라가 좀 중후한 느낌인데 반해 바트요는 규모도 좀 작고, 아기자기하고 장난스러운 느낌입니다.

해골을 닮은 발코니 난간도 기이하기보다는 귀엽고 깜찍한 듯.

 

역시나 대기하는 줄이 짧지 않습니다; 두세번 굽은 줄에 합류해 20분 정도 기다리니 제 차례가 왔던 것 같습니다.

이 정도로 이름나고 관람객이 많이 몰리는 곳이라면 대기자를 위한 작은 편의시설 정도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20.35 Euro; 온라인 구매도 가능한 것 같네요.

 

드디어 내부로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생긴 입구의 계단을 통해 2층의 메인 홀로 올라가게 되는데;

난간의 장식과 손잡이가 예사롭지 않네요.

 

뱀이나 거대한 지네의 등딱지 같기도 하고;

스물스물 꿈틀거리지는 않을까, 으흐...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오르면 바로 맞아주는 벽난로 앞을 지나면 메인 홀로 들어갈 수 있어요.

 

2층의 메인 홀은 이 동글동글 물방울 무늬를 가진 나무 문으로 다시 2개의 홀로 나누어집니다.

사진은 안쪽 홀에서 바라본 모습.

카사 바트요에 일관되게 흐르는 상징은 '바다'라고 하네요.

그 말을 듣고 보니 저 물방울 무늬들이 한편으로는 소라 껍질 같기도 하고, 원만한 문틀의 곡선도 마치 물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지나친 비약인가요? ㅋ 웃기시네

 

메인 홀의 외부; 이 건물에서 제일 넓은 공간일 것 같습니다

특이했던 것은 저 창들이 여닫이, 미닫이도 아닌 통째로 위로 올라가는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창들이 모두 위로 올라가면 창틀마저 남지 않아 조금의 방해도 없이 외부를 바라볼 수 있을 듯.

100여년전 이 홀에서는 어떤 행사들이 있었을까?

잠시 판타지의 세계로~..

 

태양을 닮았다는 조명.

천장도 그냥 밋밋하게 두지 않았습니다; 소용돌이 치는 물결을 옮겨 놓은 듯.

 

메인 홀을 벗어나 복도로 나오니 건물 중앙에 이런 나선형 계단을 배치해 두었습니다.

 

복도를 지나치면 다시 마주치는 두번째 홀.

역시 천장의 물방울이 튄 듯한 문양이 독특해 사진으로 남겨봅니다.

 

다들 무슨 통화를 이렇게 진지하게?.

바트요는 입장시 오디오 가이드를 기본으로 대여해 줍니다.

검은 막대처럼 생긴 오디오 가이드에, 벽에 붙은 해당 위치의 번호를 선택하면 설명이 나오는 방식.

뭐, 그다지 어렵지는 않은 영어였던 것 같은데, 절반이나 이해했을까.

안들려

 

두번째 홀과 맞닿아 있는 건물 뒤쪽의 작은 마당입니다.

역시 타일로 꾸며놓았네요.

 

마당에서 바라본 두번째 홀.

 

건물은 6층 높이이며, 이곳 2층의 홀들을 구경하고는 건물 중앙의 계단을 따라 옥상까지 오르며 관람하는 동선을 따르게 됩니다.

카사바트요도 건물 중앙에는 이렇듯 빈 공간을 만들어 환풍과 채광을 돕고 있죠.

여기도 눈여겨 볼 것은 아래로 내려올 수도록 창의 크기가 커지고, 타일 색상도 밝게 하여 상,하층의 채광량을 비슷하게 조절하였다는 것.

가우디, 이분도 참 꼼꼼하고 세심하셨을 듯; 딴 생각이지만 이 분 밑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상당한 피로에 시달리지 않았을까, ㅋ.

 

이런 구조가 추운 겨울에는 열손실이 많아 비효율적일텐데; 어쩜 바르셀로나의 온화한 기후 때문에 가능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계단을 따라 계속 오르다 보면 옥상으로 가기 전 통과해야 하는 다락층의 복도.

아치 모양의 복도 안쪽 면에 층층이 환풍구를 내고, 비스듬히 막을 두어 빗물은 차단하고 빛과 바람은 통하도록 해 놓았네요.

어디선가 읽은 기억으로는 옥상에 있는 용 형상의 갈비뼈라나, 뭐라나, ㅎㅎ

 

드디어 옥상~.

카사밀라의 절반 정도 크기인 것 같고, 역시 굴뚝과 환풍구를 저런 식으로 독특한 형상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첨탑 모양의 굴뚝들 외벽에도 역시 색색의 타일로 장식을.

바르셀로나의 파란 하늘과 잘 조화되는 듯.

 

카사바트요의 하이라이트격인 용의 척추 모양을 딴 장식과 십자가를 올려 놓은 듯한 둥근 탑.

일설에 의하면 기독교 성인의 한 명인 성 게오르기우스의 일화에서 영감을 얻어 형상화했다고 하네요.

십자가를 올린 둥근 탑이 게오르기우스 성인이 들고 있는 창이고, 그 앞에 웅크리고 있는 용의 모습이라는.

(이런 설들은 누가 어떤 근거로,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그런데 또 듣고 보면 그럴 듯 하기도 하네요, ㅎㅎ)

 

용의 몸통 속(?)

카사 밀라에서도 보았던 아치형의 내벽 구조를 이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곳이 카사바트요 관람의 마지막 코스이고, 다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역시 기념품 가게를 통과해 외부로 나가게 됩니다.

 

가우디가 만들었다는 목재 가구 몇 점도 구경하고;

회사 동료들에게 줄 기념품도 일부 구입해서는 다시 집사람을 만나러 그라시아 거리로 나갑니다.

 

 

뒤돌아본 카사 바트요.

내 생에 다시 볼 기회가 올지 모르겠으나 잘 있으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