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바르셀로나 나흘째이고, 우리 나름의 가우디 투어 마지막 일정으로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를 보기로 한 날.
전철 Diagonal 역 바로 근처에 있다는 것은 알았으나 막상 역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니 방향 잡기가 쉽지 않다.
역 구내에서 안내도를 유심히 보았으나 이상하게 카사 밀라(Casa Mila)라는 표기는 찾을 수가 없네, ㅡㅡ;
대략 난감...
그래도, 뭐, 지도로 보니 정말 가깝던데 올라가면 바로 보이지 않을까하고 무작정 올라왔으나 대부분 전철역이 그렇듯이 출구도 많고, 그 중 하나를 찍어 올라오긴 했으나 사진에서 보던 그 건물이 도무지 보이지가 않는다.
한 5분 정도 걸었을까?
막연한 긍정과 기대는 불안과 경계로 바뀌고, 이대로는 안되겠다싶어 비교적 말쑥한 사람을 한 명 붙잡고는 길을 물어봅니다.
"Excuse me, where is CASA MILA?"
'잘 알려 줄까? 내 발음이 아무리 구리지만 이 정도 영어는 알아듣겠지?...'
하지만 그런 우려는 곧 기우였음을; 무표정하던 얼굴에 웃음 가득 지으며 반대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된다고 알려주신다, 으흐흐.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흔히 알고 있는 카사 밀라(Casa Mila)라는 이름보다는 이곳에서는 "La Pedrera"라는 명칭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요.
지하철 역에서도 Casa Mila를 찾지 못했던 것이 "La Pedrera"라고 표기해 놓았기 때문.
'Casa'는 Home, House를 뜻하는 말이고, Mila는 최초 건물을 소유했던 사람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La Pedrera'는 '채석장'이라고 하네요; 건물 전체가 마치 커다란 돌덩이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짓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왔던 길을 되짚어 조금만 내려가니 마침내 건물이 보입니다.
대부분의 유명한 건물들은 뭔가 좀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을 것 같고, 그래서 멀리서도 금방 찾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왠걸;
어딨지? 어딨지? 열심히 두리번거리며 뭔가 울타리라도 쳐져 있을 것 같은 특별한 건물을 찾았지만 예상외로 카사 밀라는 그 명성과는 달리 그저 번화한 거리의 평범한 건물들 중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더군요.
높이도 이웃 건물들과 비슷했고(뭐, 바르셀로나 대부분의 건물들이 그렇긴 합니다; 몬주익이나, 구엘공원에서 내려다본 시내는 마치 비슷한 크기의 블럭들이 잘 정렬해 있는 모습? 랜드마크래봤자 파밀리아 성당, 쌍둥이 빌딩 정도가 눈에 띌 정도였으니까요), 색상도 회색이라 별로 튀지도 않으니 어쩜 모르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 않았나 싶네요.
'아, 여긴가보다~' 잠시 흥분하며 입구를 찾아보니 코너를 돌아 건물 한쪽 끄트머리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마침 줄이 길지 않아 10분 정도 대기하니 입장~
특이하게 이곳은 입장할 때 소지품 검사가 철저하더군요.
가지고 왔던 가방을 X-Ray 투시기 같은 곳에 넣어 스캔을 해야 들여 보내 주더라구요;
출퇴근시 많이 당해봐서 별 저항감없이 통과; 느낌 아니까~~.
게이트를 통과하면 이런 건물 안의 작은 마당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아직 본격적인 관람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고, 잠시 더 기다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으로 올라 옥상에서부터 내려오며 관람하도록 되어 있어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잠깐 동안 한 컷.
이 건물은 원래 저층을 주차장으로 쓸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하는데, 지어진 1900년대 초에는 상당히 혁신적인 시도였다네요;
아마 저 입구가 차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한 게이트가 아닐까.
물방을 같기도 한 문양들이 주는 느낌이 왠지 가우디스럽(?)다고나 해야할까, 암튼 입구에서부터 흥미를 돋우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옥상 마당으로 발길을 돌리니...
사진속에서만 봤던 모습들이 바로 눈앞에!
저 기이하기도 하고 개성있어 보이는 탑들은 굴뚝이거나 건물의 통풍을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역시 직선으로 네모 반듯하게 올린 것은 하나도 찾을 수가 없죠?
왼쪽에 보이는 마치 파프리카 머리같이 보이는 장식들은 자세히 보니 깨어진 녹색 유리병들을 촘촘히 박아서 만들었더라구요.
카사 밀라에는 건물 내부에 2개의 마당이 있습니다.
하나의 큰 덩어리가 아니라, 일부러 2개의 마당을 두어 채광, 통풍을 효율화하고,
이웃끼리도 조금 더 교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해요.
그 중 작은 마당을 옥상에서 내려다 본.
조금 더 와이드샷으로 찍은 모습입니다.
건물 중앙에 있는 2개의 마당들을 빙 둘러보며 감상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저기 멀리 마치 투구 쓴 로마 병사처럼 보이는 굴뚝들이 카사 밀라를 내려보며 지켜주고 있는 건 아닐까 저 또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예술은 잘 모르지만 상상은 자유니까요, ㅎㅎ
조금 더 가까이서 본 로마 병사들.
가우디는 어디서 영감을 얻어 이런 모습들을 만들어 냈을까요?
흠.. 이건 마치 무섭게 호령하는 성난 군주의 모습 같기도 하고.
(* 이건 좀 번외인데; 블로그를 쓰는 지금에야 저 사진의 'Sabadell'이란 간판이 눈에 들어오네요.
스페인의 은행 회사인데, 베토벤 연주 플래쉬 몹으로 유명세를 탄.
유튜브 링크 걸어둡니다, ㅋ)
옥상 바깥으로 잠시 눈을 돌려보니 저기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보이기도 합니다.
아흐...다시 보고 싶...
옥상에서 내려다 본 두번째 마당.
처음 올라올 때 잠시 기다리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던 곳입니다.
위에서 내려다 본 카사밀라의 구조입니다.(모형)
입장권을 사서 들어오는 입구는 사진의 오른쪽 아래 부분이고, 2개의 마당이 마치 커다란 홀처럼 보이네요.
카사밀라는 현재도 사람들이 살고 있고, 1층에는 기념품 가게가 들어서 있기도 해서(주상복합이군요, ㅎ) World Heritage라는 격에 비해서 정말 이래도 되는건가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렇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집은 사람이 살아야 온전히 보존된다는 유흥준 교수님 말씀도 떠오르고, 이렇게 실제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면 마치 박제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을까 생각도 해 봅니다.
옥상 관람을 마치면 이제 바로 아래의 옥탑방 전시관을 거치게 됩니다.
전시관의 천장을 이루는 아치형의 벽과 기둥들이 만드는 곡선이 원만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듯.
이런 겹겹의 아치들로 이루어져 무게를 더 분산시키고 구조적으로도 튼튼하다고 하네요.
(EBS 다큐 보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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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 내부에는 이런 스케일 모형들과 영상물, 사진 등이 은은한 조명 아래 전시되어 있습니다.
날씨가 궂어 옥상에서는 사실 좀 추웠는데 여기 오니 따뜻하고 비를 피할 수 있어 아늑했던 기억.
이게 끝인가, 이제 내려가면 되나 싶었는데 그랬으면 좀 아쉽고 본전 생각도 들었을 터.
전시관 회랑을 돌아 출구로 나가 계단을 하나 더 내려가니 역시나 웅성웅성 인기척이 강해집니다.
가우디가 살아 있었을 1900년대 초기의 가정 내부를 각 방들을 돌아다니며 구경할 수 있도록 해 놓았네요.
어쩜 양적으로 조금 부족해 보이는 컨텐츠를 만회하기 위한 카사밀라측 고민의 결과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마다할 이유는 없어 천천히 둘러봅니다.
카사밀라를 소개하는 글에는 빠지지 않는 발코니의 철로 만든 난간.
쇠를 자르고 구부려 저런 모양을 만들었다는데 정말 바다의 해조류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당시 기술로 저 작업을 어떻게 했을까 감탄스럽기도 합니다.
바깥에서 보면 이런 모습.
언뜻 보면 정말 김이나 미역을 대충 말아 척척 걸어 놓은 것 같기도 하네요, ㅎㅎ.
바닥의 타일.
불가사리 같기도 하고, 달팽이 등껍질 같기도 한 문양들이 반복되네요.
그냥 장식용 미니어쳐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당시 꼬맹이들은 정말 저 걸 타고 놀지 않았을까.
역시 철로 만든 커피 포트와 커피 잔.
욕실. 언뜻 봐서는 요즘과 별 차이가 없죠?
손가락에 촥촥 감긴다는 문 손잡이.
마지막으로 출구에 있는 기념품 가게를 거쳐 밖으로 나오니 이제 줄이 제법 길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조금 멀리서 보니 물결 출렁이듯 굽이치는 외벽의 모습이 조금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아요.
자, 이제 가우디 투어 마지막 목적지인 카사 바트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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