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2013 Spain

23. Driving a car (2013.9.18 수)

TommyTomTom 2013. 12. 14. 07:19

수요일 아침; 4일간 머물던 민박집을 나와 스페인 중부로 이동.

아침 든든히 먹고 꼭 필요한 짐만 대충 배낭에 채우고선 민박집을 나섭니다.

 

집근처 주차구역에 세워 두었던 렌트카는 밤새 무탈하게 잘 지낸듯 말끔했고, 시동을 거니 경유차 특유의 으르렁거림을 들려주며 안심시켜준다.

(* 민박집은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는데, 길 양쪽으로 주차 구역이 표시되어 있고 밤부터 아침 9시 까지는 무료라고 합니다.

    주차구역마다 색상이 달라 지정된 차량만 전용으로 댈 수 있는 곳, 다른 차량도 댈 수 있는 곳이 구분된다고 하네요.

    9시를 넘기면 주차요금을 내야 한다기에 아침에 좀 서둘러 집을 나섰던 기억)

 

 

그런데 예상못한 문제는 여기서.

대여한 네비의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것.

no2

몇번이고 전원을 켜고 끄기를 반복해 봤으나 화면은 무반응이다.

고장인가...ㅠㅠ

어쩔 수 없지, 그럼 일단 다시 렌트카 사무실을 찾아가 바꿔달라고 하는 수밖에.

그런데 거기를 어떻게 가나? 차를 타고 가야하나, 아님 전날 밤처럼 전철로 후딱 다녀와야 하나.

 

고민스러웠던 순간,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해보자 하고 다시 전원 버튼을 누르니 그제서야 반짝~!

아마 최소한의 충전은 되어야 전원이 들어오는 시스템이 아닌가 합니다.

 

 

네비 대여 영수증.

* 지금 보니 하루 16 EURO였고, 세금이 20%나 붙었네요; 3일 사용에 Total 58 유로.

 

목적지인 테루엘(Teruel)까지는 약 430Km 정도이고, 스페인 동부 해안선을 따라 계속 남부로 이동하다 발렌시아 조금 못 가 서쪽으로 방향을 돌려 도착하는 경로입니다.

가는 줄곧 해안을 보며 달리지는 않을까 내심 기대했으나 가끔씩 왼쪽으로 푸르른 지중해를 볼 수 있었을 정도.

 

드디어 고속도로 진입.

도로는 한산했고, 하늘은 맑아 마음은 가볍습니다^^

 

공사 구간도 지나고.

 

바르셀로나를 떠나 초반 구간은 왼쪽은 지중해, 오른쪽은 저렇게 낮은 산들을 끼고 달리게 됩니다.

 

첫 날 운전은 바짝 긴장해서 운전에만 집중했던...

 

고속도로 휴게소.

우리나라처럼 입구 초반의 커다란 입간판은 없지만 점잖은 안내판은 설치되어 있어 놓칠 우려는 없을 정도.

외국의 휴게소는 어떨까?

궁금해서 찾았지만 큰 차이는 없는 듯.

주유소, 식당, 화장실, 편의점, 차창을 닦아주며 워셔액을 파는 아저씨 등 익숙한 모습들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찾아보니 저 AutoGrill은 이탈리아의 다국적 기업이라고 하네요; 아시아에서는 찾기 어렵지만 유럽,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잘 알려진 기업인가 봅니다.

 

   

벤츠를 몰 기회가 많지 않죠~(아니 없다고 봐야 ,ㅋ)

잠깐 쉬는 동안 이 탐나는 브랜드를 사진에 담아 봅니다.

 

주유기.

휘발유는 gasolina, 경유는 gasoleo라고 부른다는데, 사진처럼 경유는 그냥 Diesel이라고 적혀 있기도 합니다.

기름값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으나 우리 나라와 비교해서 크게 부감주는 가격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3일동안 테루엘에서 한번, 바르셀로나로 다시 복귀해서 또 한번 이렇게 두차례 주유했는데;

우리나라처럼 차량이 들어오면 직원이 직접 주유해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테루엘에서는 직접 원하는 만큼 기름을 채우고는 건물 안의 카운터에 가서 주유기 번호를 알려주어 계산하는 방식이었고,

바르셀로나에서는 우선 차를 세우고는 카운터에 들어가 얼마 정도를 넣겠다고 말한 뒤에 넣는 식이었어요.

바르셀로나 주유 체험기는 나중에 따로 한번 정리하기로 하죠, ㅋ

 

톨 게이트도 통과하고...

민박집 아저씨 말씀으로는 바르셀로나 근교는 고속도로가 유료이지만, 지방으로 내려가면 무료라고 해요.

기억에 2,3차례 정도 톨 게이트를 통과했던 것 같은데, 미리 돈부터 내는 구간도; 티켓을 받아서 나올 때 지불하는 구간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톨 비용도 그다지 비싼 편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경황 없이 통과하다보니 기억이 거의 없음, 으흐.

 

참, 그리고 지불 방식에 따라 게이트를 잘 보고 찾아가야 합니다.

스페인도 별도의 고속도로 카드 같은 것이 있는지 잘 모르겠으나 우리는 무조건 'MANUAL'이라고 적힌 게이트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직원이 직접 처리해주니 말은 통하지 않아도 게이트 통과는 가능~

 

다시 또 한참을 달리고...

사진 속의 네비가 TomTom이에요; 유럽에서는 이 브랜드가 대세인듯.

이 모델은 크기도 작고 그래픽도 화려하지 않았지만 대체로 안내는 정확했습니다.

원래 계획시에는 네비 대여없이 스마트폰의 구글맵만 이용하려고 실제로 무제한 데이터 통신 상품도 가입하고 왔습니다만(KT 1만원/일),

네비게이션 대여는 결과적으로는 참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지방으로 가니 데이터 통신이 끊기는 일도 잦아졌고, 아무래도 전용 네비만큼은 제때제때 안내하지 않는 느낌.

그리고 안내하는 방식도 TomTom의 경우는 그냥 왼쪽으로 가라, 로타리 세번째 출구에서 빠져라 뭐 그런 방식이었는데,

구글 맵은 도로 이름을 하나 하나 말하며 그 도로로 빠져라는 식이에요~

우리나라 말이라면 도로 이름을 알려줘도 표지판과 매칭시켜 바로바로 알아들을 수 있겠지만,

낯선 외국어로, 그것도 빠져나가는 게이트가 5개가 넘는 로타리에서 한참 긴 지명을 읊어주니 알아듣고 판단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리더라는.

 

아직도 TomTom의 음성 안내가 귀에 들리는 듯 합니다;

'Turn left 2 miles ahead~' (네비 대여시 영어 모드로 세팅해 달라고 했음~)

TomTom이 한가지 불편했던 점은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마일 단위를 쓰니 머릿속으로 한번 계산 과정을 거쳐야 거리 짐작이 가능했던 것.

 

한참을 더 달리니 이번에는 정면 산 등성에 도열한 커다란 풍차(?)들이 맞아줍니다.

 

가끔씩 이런 식으로 도로 한쪽편 언덕위에 설치한 조형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용을 상대하는 기사의 모습인 것으로 보아 카사바트요에서도 모티브로 삼았다던 게오르기우스 성인을 형상화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커다란 광고판이 많은 우리나라 도로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이건 또 하나의 조형물.

소의 모습이죠?

아주 멀리서부터 희끗희끗하게 이런 커다란 조형물들이 눈에 잡히게 되는데, 저건 도대체 뭘까 궁금증이 생기고 가까이 지나치며 확인할 때에는 잠깐의 희열도~.

 

떼루엘까지의 드라이브.

번잡하던 바르셀로나를 벗어나 한적한 고속도로를 달렸던 이 기억은 두고두고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