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3/24(일) - 크레타,Falassarna Beach

볼로스에서 멀지 않은 거리의 Falassarna Beach 이동.

올리브 농장을 나와 키사모스 해변 반대쪽으로 마을 하나를 통과하니 다시 보이는 바닷가.

하얀 모래사장으로 이름난 곳이라 차를 잠시 세우는데, 이크.

볼로스에서 맞았던 것 보다 더 강한 바람이 전신을 휘감는다.

그저 바람만 불어오면 괜찮을 것을 모래 알갱이들이 같이 얼굴을 때린다.

마치 저 앞에 누군가가 모래를 한 움큼씩 거머쥐고는 우리를 향해 날리는 느낌.

모래를 피해 일단 차 안으로 들어갔으나 이 곳에서 더 이상 지체하기는 어려울 듯

차를 돌려 왔던 길 다시 올라 잠깐 차를 세우니 좀 있을만 하다.

올 때 그냥 지나쳤던 경치들도 다시 좀 찬찬히 둘러보기로.

이미 오후 2시를 넘은 시간; 아침부터 먹은 것이 변변치 않았지만 오늘 목적했던 하이라이트를 보고 나니 이제야 허기가 느껴진다.

올 때 봐왔던 전망 좋은 식당을 찾아 그리스 첫 외식을 도전해 보기로.

흔한 그리스식 밥집이라는 타베르나 mouraki.

난 그냥 밥집이라기에 우리네 동네 식당 정도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조금 고급스러워 보인다.

창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경치도 수준급^^

주문한 요리는 3가지.

Grilled octopus, fish roe salad, greek salad.

문어 요리는 부드러운데 뭔지 모를 향료내가 살짝 스치는데 정체를 잘 모르겠다.

생선 샐러드는, 흠... 뭔가 우리네 어묵 굽기 전 느낌? 생선알로 만든 샐러드라는데, 민감한 사람이라면 약간의 도전 정신이 필요할지도.

비위 좋은 나는 그냥 다 입으로 넣고 소화해 냄.

그리스 샐러드는 아내가 페타 치즈를 좀 어려워 한다, 역겨워 하는 듯.

아마 그리스 전통 술이라는 Raki를 만드는데 쓰이는 것인 듯. 식당 한쪽에 저렇게 전시를 해 두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거대하고 높은 산등성이, 짙고 거친 바닷가, 이 곳에서 자란 아이들은저 곳들을 다 누비며 상상을 키우지 않았을까;

그리스 신화들도 다 저런 자연이 인간에게 준 산물이 아닐까, 혼자 상상하며 예약해둔 에어비앤비 숙소로.

숙소는 키사모스 해변 반대쪽 약간 경사면의 주택가에 있는데 곳곳에 작은 농장들도 있어 조금 헤매다 겨우 찾아 들어감.

해변가 관광도시라고 생각했는데 숙소가 있는 곳만 떼어놓고 보면 전형적인 시골 마을.

주차하고 잠시 기다리니 주인되는 남자가 내려와서는 반겨주고 묵을 방으로 안내해 준다.

숙소를 운영하는 Maria의 남편인데 아내가 마침 외출이라 대신 맞아주는 거라고.

짐풀고 쉬는데 이번에는 Maria가 직접 내려와서 맞아준다, 이것저것 설명듣고, 근처 식당가 안내받고서는 우리 부부도 잠깐 휴식을.

저녁에 근처 수퍼에 들러 간단히 장을 보고서는 해 저무는 해변가로 향해본다.

숙소 주인 마리아가 소개시켜준 식당, Pixida

늦은 점심 후에 또 먹는 음식이라 간단히 안주거리로 주문해본다.

차지키(Tzatziki, Τζατζίκι), 칼라마리 (Dry-Fried Calamari, Καλαμάρι), 그리스식 커피. 

이 그리스식 커피는 바로 마시면 텁텁하고 미세한 커피 입자가 느껴진다.

이게 싫으면 커피 가루가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한다는데 추운 날 뜨겁게 먹기를 원할 때는 기다리는 사이 커피가 식으니 별로인 듯. 

식사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짙은 어둠이다.

다시 좀 헤매다 집으로.

집에서는 다시 맥주랑 라키 곁들인 술 한잔마시고는, 며칠 묵혀두었던 빨래하고는 잠자리로. 

그런데 아까 오후에는 잘 나온던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다, ㅡㅡ

일단 주인에게 간단히 메모 남기고는 하루를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