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사모스에서 170키로 정도를 달려 이라클리온까지 왔지만 정작 별로 한 것은 없다.
부둣가 잠시 돌아보고는 카페에서 차 한잔 한 것이 전부.
시간도 좀 남았고, 허전함을 달래려 키사모스로 가는 길에 이라클리온 바로 옆의 로디아(Rodia)를 들러 보기로.
이라클리온을 벗어나 왔던 길 대신 작은 언덕기로 들어서니 오른편으로 이라클리온 해변가가 펼쳐진다.
항만 안에 있을 때는 모르겠더니 도심을 벗어나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해변은 크기도 웅장하고 동그랗게 안으로 들어선 모습이 푸근하게 느껴진다.
1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어 전망 좋은 식당에서 점심이라도 먹을까 했으나 막상 들어가니 거의 full로 예약이 되어 입구 바로 옆 자리만 비어 있단다; 마침 국경일이라 더 붐비는 듯.
식당은 그냥 지나치고 수 차례 차를 세워 전경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 좋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식당이 많은 이 곳 로디아는 이라클리온 사람들이 한번 씩 찾는 근교의 드라이브 코스 정도가 아닐까.
키사모스로 오는 길에 들린 도로변 옆의 휴게소.
카페테리아와 주유소가 함께 있다, 그냥 우리네 국도 옆의 휴게소와 별 차이가 없는 듯.
그래도 이 곳이 길목인지 주차된 차량도 꽤 있고, 카페테리아 내부도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주문한 음식은 치킨 샐러드랑 수블라키.
음식 코너 중 유독 한산해서 시도해 보았는데 입맛에 딱 맞다!
잘은 모르겠으나 정통 수블라키를 포기하고 휴게소용으로 최적화된 맛이 아닐까 싶은데 어쨌든 맛있게 싹싹 비워줌.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내어준 멋진 그리스 청년이 인상적이었는데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다.
휴게소 뒤에서 바라본 바닷가.
화장실 잠시 들렀다 다시 키사모스 방향으로 출발~
왔던 길 그대로 한참을 달려 4시 좀 못 되어 키사모스 초입에 도착.
조금 애매한 시간이기는 한데 엘라포니시까지 다 섭렵하기로 한다; 키사모스 입구에서 직진하지 않고 내륙으로 난 도로를 타기로.
기름이 절반보다 조금 내려가 있고 거리는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아 그냥 갈까 했으나 주변에 보이는 시골마을들은 주유소가 흔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보이는 EKO 주유소를 찾아 차를 세우기는 했으나 아무도 나와보는 사람이 없다, ㅡㅡ.
그냥 갈까 하다 다급한 마음에 아내가 근처 카페를 들어가더니 주인 영감님을 데리고 나온다.
아 좀 멋졌어, 여보, 그리고 미리 도심에서 기름 채우지 않아 미안^^
결과적으로는 이 곳에서 기름을 가득 채운 게 탁월한 결정이었다.
거리상으로는 얼마 되지 않아 보였지만 가파른 벼랑을 끼고 오르내리는 산길이었고, 나중에는 길이 막혀 돌아나오기도 했으니.
엘라포니시 해변.
넓은 모래사장에 투명한 바닷물이 예쁜.
원래 풍화작용을 거친 산호가 모래에 스며들어 붉은 색을 띈다고 하는 곳이지만 직접 느끼기는 어려웠다.
정말 그런가? 하며 바라보고 있으면 파도가 밀려갈 때 잠시 불은 색을 보여주는 정도?
성수기라면 멋진 몸매의 남녀들이 이 곳을 가득 채우지 않을까 상상해보기도 했지만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는 너무나 한산.
주차된 캠핑 차가 한두대 있었고, 사람은 거의 보지 못함.
바닷가 반대 방향은 이제는 눈에 좀 익숙해진 그리스 특유의 거칠고 삭막해 보이는 산등성이 버티고 있다.
해변가 화장실은 닫혀 있고, 볼 일도 볼 겸 들린 엘라포니시 시내의 작은 수퍼.
(화장실 인프라는 대한민국 최고, 어딜가나 화장실은 최소한 반드시 있지 않은가.)
들어가 인기척을 내니 중년을 넘겨 보이는 여주인이 우리를 맞아준다. 담배도 한대 피워 물고, 뭔가 산전수전 겪으신 인상.
에스프레소를 시켜 놓고 기다리는 사이 대화를 나누는데 어디서 왔냐, 어디서 자냐, 지금 자는 곳은 얼마에 묵고 있냐 자세히 물어보신다. 주인장은 펜션도 함께 운영하시는데 요즘 이 곳 사정도 그다지 밝지는 않은 듯.
사람 사는 곳 걱정들은 다 비슷하구나 생각하며 다시 키사모스로.
구글 맵이 올 때와는 다른 경로를 보여준다.
내륙을 관통하는 길이 아닌 전날 들렸던 Falassarna 해변으로 바로 가는 길을 알려준 것.
사방이 막힌 산악도로보다는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을 것 같아 옳거나하며 순순히 새 경로를 따라가기로.
기대보다 훨씬 광대하고 가슴 뻥 뚫리는 전망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대단한 보너스라도 받는 느낌.
줄곧 왼쪽에 바다를 끼고 달리는 이 해안길은 곳곳에 무너진 흙더미가 보이지만 낙석 조심 표지판도 없고 도로 바깥쪽 안전 펜스도 변변치 않은 쓰릴 만점의 드라이브 코스이다.
지난해 갔던 포르투갈 피오다옹 산간 도로의 해안가 버전이랄까.
절벽 위 작은 공간에 잠시 차를 세우고는 차 문을 나서는데 뭔가 시커먼 놈이 달려오기에 깜짝 놀랐으나 다행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착한 댕댕이.
작은 매점 형태의 임시 막사 같은 것이 하나 있기는 했으나 인기척은 없다.
주위에 민가도 잘 보이지 않은데 유기견인지 주인이 있는지 확인도 불가.
차 안에 있던 간식거리를 던져주니 돌아서기가 무섭게 싹싹 비워버린다.
사람도 잘 따르던데, 좋은 주인 아래서 잘 지내고 있기를.
30분 정도를 더 갔을까? 해는 아직 있지만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
곳곳에 언덕에서 굴러내린 흙과 돌덩이들이 도로 한쪽을 막고 있어 속도를 내기도 어렵다.
오가는 차라도 많으면 좋겠으나 반대편 차선의 차를 마주친 것도 시간이 꽤 흐른 듯.
이 길에는 우리 부부만 있는 건 아닐까, 두려움이 슬슬 압박해온다.
조금만 더 가면 해변가에 닿을거야, 조심조심 가야지, 하는데 맙소사...
도로 중앙이 무너져내린 흙과 돌로 완전히 막혀있고 누군가 노끈 등으로 못 들어가게끔 둘레를 쳐 놓은 것.
이렇게 길이 차단된 정도면 아예 갈림길 입구에서부터 안내가 있든지 누군가 못들어가게 막았어야 하는 거 아냐!
탄식과 원망이 솟아올랐지만 날은 점점 어두워져가고 지체없이 차를 돌려 원래 왔던 분기점으로.
오는 길에 우리가 왔던 코스를 가려는 차량이 있어 잠시 세워서는 길이 막혔다고 알려주기도.
여성 2명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남자들끼리라도 해 저무는 그 시간에 그쪽 길을 가기는 쉽지 않았을 듯.
저 터널 같은 길은 차량 한대가 겨우 지나갈 폭이다.
교차 통행이 안되어 신호를 기다려서 몇 대씩만 일방통행으로 통과.
이 곳부터는 도로 경사도 심하지 않고 마을과 가까운 곳이어서 머리끝까지 찼던 긴장이 스르르 내려가는 느낌이다.
잠시 내려 주위 구경도 하며 여유를 찾기도.
지나쳤던 마을의 그리스 정교회 교회당.
이곳 교회들은 규모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다 저런 형태와 색상으로 지어지는 듯.
안쪽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기도 했으나 결국 보지는 못하고.
키사모스 도착하니 7시 정도.
거의 종일 운전을, 그것도 곳곳이 낙석이 떨어진 해안가 절벽 도로를 장시간 달리다 보니 많이 지쳤던 듯.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숙소 안에서 스파게티류로 대충 저녁을 해결하고 일찍 잠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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