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2019 Greece

05. 3/25(월) - 크레타,이라클리온(Heraklion)

TommyTomTom 2019. 9. 14. 16:51

3/25(월) 이동 경로 : 키사모스(숙소) - 이라클리온 - 엘라포니시 해변 - 숙소.


아직 이곳 시간에 익숙해지지 않은 것인지 새벽같이 눈이 떠진다.

자리에 누워 모바일로 회사 메일들 확인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여행왔으면 다 잊고 여행에만 충실해야는게 맞는데 성격탓인지 그게 잘 안됨.

이럴 때는 차리리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 생각나기도 한다.

숙소에서 간혹 아리랑 TV라도 채널이 있으면 겨우 국내 소식 알게되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나눠주던 일간지보며 그동안 다른 일은 없었나 확인하고는 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스마트폰 없는 여행은 상상이 안되는 시대이니 회사 일은 스스로 외면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듯.


바깥이 밝아오는 것 같아 잠시 문을 열고 내다보니 맞아주는 조용한 풍경. 올리브 농장들에 둘러쌓여 새소리만 들려온다.

그 많은 에어비앤비 숙소들 중에 여기를 꼭 집은 아내의 감이 잘 맞아 주는 듯, ㅎㅎ


숙소는 EvaEle Apartment.

주인도 친절했고, 내부 시설도 깔끔하고 오래지 않아 괜찮았던 곳.

처음에 찾기가 조금 어려운 점 말고는 아쉬운 점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



참, 전날 저녁에 온수가 나오지 않아 에어비앤비로 메시지를 남겨두었는데 아침에 바로 주인장 Maria가 방문하신다.

여기는 온수를 전기로 데우는데, 한번에 물을 너무 오래 틀어놓으면 과부하로 차단기가 내려갈 수도 있다고.

그러면 잠시 있다 다시 차단기만 올리면 된다고 한다.

아마 전날 밀려두었던 빨래 하느라 물을 좀 썼더니 그게 원인이 되었나 봄.

그렇지... 우리나라는 보일러가 있는데, 여기는 당연히 그게 없지? 그럼 물을 어떻게 데우지?

뭐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이 곳 온수 시스템에 대해 대충이나 이해가 가는 듯.

별로 쓸 데는 없겠지만 그래도 뭔가 하나 배운 느낌, ^^


문을 열고 나가니 첫날 2층 베란다에서 우리 부부를 맞아주던 강아지가 바로 문 앞까지 와서는 친근함을 보인다.

'안녕~ 우린 한국에서 왔단다, 사람 잘 따르는 착한 녀석이지?'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반가움을 보여준다.

숙소 주인장 엄마가 키운다고 했던 것 같은데, 순한 주인을 따른 품성이 아닐까.


전날 샀던 빵이랑 달걀 등으로 아침을 해결하고는 8시 반 정도 이라클리온으로 출발.

오늘부터는 가지고 왔던 소니 액션캠을 차량 계기판 위에 붙여서는 블랙박스 용도로 써 보기로 한다.

함께 가져왔던 거치대를 우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대쉬보드 위에 붙이고는, 거치대에 액션캠을 꽂고 차량 시거잭으로 충전케이블을 연결해서 영상을 남겨보기로.

달리다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으나 다행히 잘 버텨주었다.


키사모스에서 유심칩을 사려 했으나 이 날이 마침 독립기념일이라 대부분 상점들이 다 휴업이란다, ㅜㅜ

결국 유심칩은 다음날 크레타를 떠나면서 장착하게 되었다는.



이라클리온까지는 두시간 좀 넘게 걸렸던 듯.


가는 동안 상당 시간 바다를 왼쪽에, 설산을 오른쪽에 끼고 달리게 된다.

자칫 단조로울 드라이브에 산과 바다가 지치지 않게끔 계속 지루함을 달래어 주는 듯.


부둣가 공용 주차장에 차를 대고는 산책 모드로.

이라클리온은 여행 계획에는 없었던 곳이었는데 아내의 긴급한 제안으로 오게 된 것.

(사실 딱히 볼 것은 없는 듯 하였으나 오는 길에서 마주치는 풍경들이 좋아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던 듯)


부둣가에 매어 놓은 쌍둥이 보트 2대가 돌고래를 닮았다, 어쩜 저 입술 좀 보소, ^^


방파제를 따라 난 길 중간 정도에 작은 성이 하나 있다.

살살 궁금증을 자극했으나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못 찾겠고, 여유있는 시간도 아니어 그냥 패스


이 길 따라 죽 가면 방파제 끝까지 가는 듯.

궁금이 남편을 이해해주는 착한 아내가 언능 혼자라도 뛰어 갔다 오라고 윤허를 해 주었으나 이 날은 그냥 참기로.

(왠지 개고생하고 별로 얻을 풍경은 없을 듯 하여 그냥 skip~)


바람이 세어 그런가, 이 곳도 바람과 파도가 무서울 정도.

(사실 그리스 본토는 좀 낫지 않을까 했는데 여행 내내 이놈의 바람은 우리를 따라 다녔다!!!)


바닷가 옆으로 난 거리를 좀 더 걷다 다시 주차장 쪽으로.

독립기념일이라 그런지,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모르겠으나 대부분 상점은 아직 열려 있지 않다.


이대로 바로 이 곳을 떠나기는 뭐하고 화장실도 들릴 겸 들어갔던 카페 마리나.


잘 생긴 그리스 청년들이 날라주는 커피 홀짝홀짝거리며 짧은 시간 이국에서의 낭만을 즐기고는 다시 주차장으로.


카페에서 주차장 오는 길에는 부겐빌레아가 곱게 피어 있었다.

먼 곳으로 여행 오면 가끔씩 보게 되는 듯.


이라클리온에서 일정은 이것으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