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탐독 ['21. 3/7]
박상진 교수
나이가 드니 꽃이나 나무, 산새와 같은 자연에 이끌림이 커진다. 이름이 궁금해서 외워보기도 하고 뭔가 이야기라도 있으면 호기심에 귀를 기울여 보기도 한다.
아내가 사 두었다는 책인데 책장에 있는 것을 보고는 읽어보았는데 마치 맛난 음식 아껴서 조금씩 먹듯 한 챕터 한 챕터 아까워하며 읽어갔다.
그저 나무에 대해 해박한 학자이시겠거니 했는데 유홍준 교수님이나 노무현 대통령과의 얽힌 이야기도 들려주고 계셔서 한편으로 역시 대가들은 서로 만나는 지점이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집밖에만 나서면 만나게 되고 워낙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나무라 그동안 너무 무심하게만 봤던 나무들로 이렇게 사색의 폭을 넓혀 갈 수 있음을 본 것도 큰 수확이다.
작가님의 다른 나무 책들도 좀 더 찾아봐야겠다.
목차는 아래와 같다.
1부 나무, 찾아 떠나다
개발로 사라져버린 보길도 바닷가 추억 _ 우묵사스레피나무 _ 14
인생 곳곳에 나보다 나은 고수가 있다 _ 검양옻나무 _ 21
채집 산행에서 만난 나무들 _ 개옻나무, 박쥐나무 _ 28
사십여 년 만에 다시 열린 북악산, 둘레길 _ 한국소나무 _ 35
새하얀 피부가 눈부신 한대 지방 대표 나무 _ 자작나무 _ 41
‘낭가삭기’로 떠나지 못한 하멜의 흔적을 찾아서 _ 은행나무 _ 48
절에서 불막이 역할을 했던 나무는? _ 동백나무 _ 54
닭 뼈다귀를 빼닮은 나뭇가지의 정체는? _ 비자나무 _ 60
가장 오래된 독도 지킴이 나무 _ 사철나무 _ 68
고목나무를 찾아가는 여행 _ 76
2부 나무, 새로움을 발견하다
생존을 위한 나무들의 전략적 제휴 _ 84
은은한 향으로 친근한 모과 _ 모과나무 _ 90
쓰임새가 많지만 갈등을 일으키는 나무 _ 등나무, 칡 _ 96
나무 이름을 음미하면 당시의 문화가 보인다 _ 102
갖가지 사연을 간직한 밤나무 형제들 _ 밤나무, 너도밤나무, 나도밤나무 _ 108
온통 벚꽃으로 가득한 대한민국 _ 벚나무 _ 114
나무의 초식동물 따돌리기 _ 음나무, 호랑가시나무, 화살나무 _ 121
북한의 천연기념물 나무들 _ 128
천사백 살의 대한민국 최고령 나무 _ 주목 _ 134
3부 나무, 추억을 기록하다
사과 서리와 울타리 나무 _ 탱자나무 _ 144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셨던 화투장 속 나무 _ 매화 _ 151
잊을 수 없는 봄날의 꽃향기 _ 아까시나무 _ 158
자두와 뿔피리 _ 자두나무 _ 164
배고픔을 달래주던 나무 _ 참나무, 느릅나무, 소나무 _ 171
이제는 사라진 누에치기 흔적을 찾아서 _ 뽕나무 _ 177
아이의 영혼을 배부르게 해준 ‘아기사리’ 나무 _ 이팝나무 _ 183
4부 나무, 역사와 함께하다
전설로 만나는 나무 이야기 _ 192
사도세자의 비극을 지켜본 나무 _ 회화나무 _ 200
목재 재질 연구를 주목받게 한 ‘신안해저유물선’ _ 넓은잎삼나무 _ 208
무덤에 도래솔을 심는 사연 _ 215
팔만대장경 경판의 비밀 _ 222
썩은 나무토막으로 찾는 역사의 편린 _ 230
청령포에서 만난 단종과 정순왕후의 나무 _ 관음송 _ 238
창덕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_ 향나무 _ 245
항일유적지에 자리를 차지한 일본 나무 _ 금송 _ 251
숲과 나무, 그리고 인간의 역사 _ 257
궁궐의 우리 나무 _ 264
5부 나무, 그늘을 만나다
건강한 ‘작은 거목’이 가득한 이상향 _ 이그드라실 _ 274
곧바르게 서기를 잊어버린 ‘눈’ 나무들 _ 279
나무로부터 경험한 인생의 세 가지 맛 _ 고로쇠나무, 거제수나무, 소태나무 _ 285
봄날에도 단풍을 가진 이상한 나무 _ 감태나무 _ 292
나무 세계의 ‘떼거리 문화’ _ 299
도시 나무들의 생존 방식 _ 주엽나무, 플라타너스 _ 305
물을 좋아하는 하천 변의 터줏대감 _ 갯버들, 왕버들 _ 311
관리 부실로 신음하는 고목나무들 _ 319
지구 온난화로 만난 뜻밖의 나무 _ 멀구슬나무 _ 327
나무가 가진 천목천색(千木千色)의 매력 _ 느티나무, 모감주나무 _ 335
아래는 책 속의 문장들.
나는 기존의 이런 형식의 틀에서 벗어나기로 마음 먹었다 나무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중심으로 문화를 입히고자 했다. 이런 계획은 너무 파격적이라는 일부 의견도 있었지만 다행히 문화제청에서도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나무 이름 옆에는 딱딱한 학명 대신에 영어권에서 일반적으로 부르는 영명을 넣었다. 해설 내용도 완전히 바꿨다. 예를 들어 진달래는 이런 식이다.
'나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 오리다 / 영변에 약산 / 진달래 꽃 /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 오리다....
진달래는 예로부터 이렇게 사랑을 노래할 때 단골로 등장한답니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양지 바른 곳에 널리 자라는 아름다운 꽃나무죠. 삼월 삼짇날에는 찹쌀 부침개에다 진달래 꽃잎을 얹는 화전을 부쳐 먹는 멋스러운 풍습이 있었습니다'라고 하여 소월의 시로 시작했다.
한편 물푸레 나무는 '물을 푸르게한다는 뜻으로 물푸레나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어린가지 꺾어 맑은 물에 담그면 정말 파란 물이 우러납니다. 아름다운 이름과는 달리 예전에는 주로 죄인의 볼기짝을 치는 곤장 나무로 쓰였습니다. 그 외 도리깨 등 농기구를 만드는 데 널리 쓰였고 야구 방망이나 라켓 등 운동기구를 만드는 데에도 빠지지 않았답니다'라고
하여 우리 문화 속에서 물푸레 나무를 잠깐 되돌아 보았다.
-p38
흔히 비련의 주인공이되는 동백꽃이 엉뚱하게 절 부근에 숲을 이룬 경우가 많다. 고창 선운사, 강진 백련사, 진도 쌍계사 등 절마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동백나무 숲은 흔히 만날 수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잎이 두꺼운 늘푸른 잎 동백 나무는 아왜나무와 함께 산불이 났을 때 불이 잘 옮아 붙지 않아 방화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아울러 고급 머릿 기름으로 쓰이는 동백 열매는 절의 재정에 큰 도움이된다.
-p55
등나무와 칡이 살아가는 방식은 생태 질서를 지키지 않는 나무로서 악명이 높다. 우리말 갈등( 葛칡 갈, 藤등나무 등 )의 사전적인 뜻은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 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불화를 일으키는 상태'이며, '갈'은 칡이고 '등'은 등나무를 뜻한다. 둘은 다른 물체를 만났을 때는 물론 자기들 끼리도 만나기만 하면 휘감기가 특기다. 저희들끼리 만나서 서로 뒤엉키기 시작하면 풀어 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
-p100
화투 그림 속 식물에 눈길이 간다. 8월의 "달"과 12 월의 비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식물이다. 1월 소나무, 2월 매화 나무, 3월 벚나무, 4월 등나무, 5월 붓꽃, 6월 모란, 7월 싸리, 9월 국화, 10월 단풍 나무, 11월 벽오동 나무를 형상화했다.
-p153
무덤의 주위에는 숲과 경계를 지우기 위하여 둘레 나무를 심는데, 이것을 순수 우리말로 도래솔이라한다.
-p215
숲을 인간의 간섭없이 가만히 두면 '작은 거목'들이 빽빽이 들어서게 된다. 대체로 저희들끼리 서로 공정한 경쟁을 거쳐 모두 같이 거목이 된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다. 법이라는 규칙을 바탕으로 각 분야마다 작은 거목이 곳곳에서 자라게 될 때 인간의 숲도 비로소 건강해진다.
그러나 경쟁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는 세상에서는, 속이 모두 썩어 버리고 겉만 번지르르한 거목들이 마치 우주수처럼 행세하는 것이다. 이제는 호손이 말하는 큰 바위 얼굴과 같은 거목 우주수 한두 그루가 필요한 세상이 아니다. 건강한 '작은 거목'들이 인간 사회의 숲을 이룰 때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의미의 이상향이 찾아올 것이다.
-p278
그러나 참나무나 느티나무와 같은 넓은잎 나무는 삶이 훨씬 진취적이다. 다른 나무들이 같이 살자고 안마당까지 쫓아 들어와도 그렇게 박절하게 굴지 않는다. 서로 갖지 못한 것을 주고 받으면서 선의의 경쟁을 해보자는 너그러움이 있어서다. 그래서 넓은 잎나무가 모인 숲을 들여다 보면 여러 높이의 나무 층이 있다. 높다란 맨 위에 자라는 큰 나무, 바로 아래의 틈새 공간을 이용하는 중간 키 나무, 처음부터 키다리 경쟁에는 뛰어 들지 않고 다른 나무의 무릎에서 맴도는 작은 나무들, 아예 바닥에 붙어 사는 풀들이 각각 층을 이루고 살아 간다. 이들은 같은 층내에서만 경쟁할 뿐 다른 층의 경쟁에 분별없이 뛰어들지 않는다는 신사협정을 맺고 있다. 서로 처절한 경쟁자임과 동시에 같이 살아야 하는 동지이기 때문이다.
-p304
우선 주엽 나무의 적극적인 대응 방식이 가장 흥미 롭다. 주엽 나무는 아까시나무와 잎사귀가 흡사하지만 잎자루에 나란히 서로 마주보기로 붙은 잎이 짝수 인 것이 특징이다. 주엽 나무는 굵은 줄기에 험상 궂게 생긴 가시가 더덕 더덕 붙어있는 개체와 회갈색의 매끈한 껍질만 갖고 있는 얌전한 개체로 나뉜다. 숲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주엽 나무 줄기는 매끈한 껍질을 갖는다. 그러나 도시의 주엽 나무 줄기는 흔히 가시가 나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학 캠퍼스의 주엽 나무는 거의가 '가시 주엽 나무'다.
-p306
갯버들은 강의 하구에 펼쳐지는 넓은 강 둔덕뿐만 아니라 상류로 올라온 실개천까지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자란다. 여름 철에 비가 흠씬 내려 갑자기 큰물이 지면 부챗살 가지 사이로 물이 빠져 나가면서 물 흐름 속도를 줄여주는 기능을한다. 갯버들은 주위에 풍부한 물이 있음에도 뿌리 뻗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뿌리가 비교적 깊이 들어가고 널리 퍼지는 특성을 가진 갯버들은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마철 계속되는 물살에 뿌리의 흙이 씻겨 내려가 버리면, 실지렁이 모양의 잔뿌리가 허옇게 드러난다. 마치 '체' 같아서 물에 떠내려 오던 숲 속의 온갖 잡동사니가 모두 걸려 든다. 천연 수질 정화 장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갯버들은 비록 작은 덩치지만 자연스럽게 하천을 다스리고 사람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고마운 나무다.
...
이런 나무들을 통틀어 하천의 가장자리를 보호해 준다고 하여 우리는 '호안림(護岸林)'이라고 부른다. 호 안림에는 갯버들 같은 작은 나무도 있어야 하지만 웬만한 홍수에는 버틸 수 있는 큰 나무도 필요하다.
-p314
연금술사. ['21.4/26]
전세계에 가장 많이 번역된 책 중 하나라고 어디선가 보았는데 마침 집 책장에 꽂혀있어 읽어보았다.
초반부터 쑥 끌어당기는 맛이 없었는데 결국 마지막까지 그렇게 이어진다.
이제는 이런 류의 은유적이고 동화같은 이야기에는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할만큼 자신이 변한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래는 읽으며 나름 요약해 본 것.
등장인물 : 양치기 산티아고.
좋아하는 소녀가 있다.
노인(왕)을 만나 양 여섯 마리를 주고는 보석 두개를 받는다.
노인은 이집트로 가 보물을 찾아라고 한다.
이집트로 가는 여정에서 산티아고는 어느 카페에서는 돈을 몽땅 털리기도 한다.
산티아고는 돈을 벌기 위해 크리스털 그릇 가게에서 일을 해준다
크리스탈 가게에서 어느 정도 돈을 모은 산티아고는 다시 사막을 건너게 되고 그 과정에서 영국인과 동행하며 연금술사에 대해 알게된다.
오아시스에 도착한 산티아고는 파티마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녀는 산티아고에게 여정을 계속하라고 한다.
산티아고는 전쟁을 미리 예감하고 알려주어 오아시스의 영웅이 된다. 그러나 산티아고는 파티마에게 돌아오리라는 약속을 하고는 사막에서 만난 연금술사와 함께 다시 떠난다.
둘은 사막에서 군대를 만나 잡히게 되지만 산티아고는 마침내 바람을 일으켜 풀려난다.
산티아고는 마침내 피라미드에 도착한다.
아래는 책 속의 문장.
'내가 그대에게 줄 가르침은 이것뿐 이오.'현자 중의 현자는 말했지. '행복의 비밀은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
-p62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수는 없어. 하지만 우리는 제각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그게 바로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지. '
-p142
* 안달루시아(Andalucia)
스페인 최남단의 주; 우엘바·카디스·세비야·말라가·코르도바·하엔·그라나다·알메리아 주로 구성.
오래 준비해온 대답. 김영하. ['21.4/18]
코로나로 답답한 시기가 계속된다. 여행을 못 가니 예전 사진들을 뒤적이고 여행책들을 읽게된다.
실체적 체험은 다르겠지만 작가가 쓴 여행에서의 느낌들은 비슷한 듯 하다.
포르투의 에어비앤비, 그리스의 크레타 해변가, 스페인 카탈루나, 이탈리아 토스카나 등등 짧지만 그곳에서의 날들을 떠올리게 된다.
아. 언제즘 하늘길이 열릴까...
아래는 책 속의 문장들.
인생은 길지 않다. 과거에 쓴 책을 보면 더욱 그렇다. 쓸 때의 느낌은 아직 생생한데 판권면을 들춰 보면 그게 벌써 십 년 전이고 십오 년 전이다. 그런 책들은 마치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로 보내온 메시지 같다.
- 프롤로그
원고를 고치고 다듬다 어떤 문구에 눈길이 머물렀다. 10 년 전에는 심상하게 지나쳤던 부분이었다. EBS 여행 프로그램 프로듀서가 나를 찾아와 어디로 여행하고 싶으 냐고 묻고 나는 마치 '오래 준비해온 대답'처럼 시칠리아라고 대답하는 장면.
- 프롤로그
장편 소설을 쓴다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실로 진귀한 경험이다. 단편 소설과는 완전히 다르다. 하나의 세계와 다양한 인물들을 창조하고 그 안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경험이다. 자신만의 테마파크를 만들고 그 안에서 논다는 점에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윌리 윙카 같은 인물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있다. 그래서 장편 소설을 일단 시작하고 나면, 그리고 그 세계가 자신의 질서를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안에서 빠져나와 일상을 마주하기가 점점 싫어진다.
-p27
그때까지 나는 방송 프로듀서나 카메라맨도 나와 같은 일종의 예술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겪어 보니 그들은 예술가라기보다 군인에 가까웠다. 밤늦도록 일하고도 새벽이면 벌떡 일어나 카메라 삼각대를지고 밖으로 나갔다.
-p48
어떤 풍경은 그대로 한 인간의 가슴으로 들어와 맹장이나 발가락처럼 몸의 일부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가볍게 전해줄 수 없는 그 무엇이 되어버린다. 그런 풍경을 다시 보게 될 때, 우리 몸의 일부가 갑자기 격렬히 반응한다해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p124
따사로운 햇볕과 사이프러스 그리고 유쾌하고 친절한 사내들, 거대한 유적들과 그 사이를 돌아 다니는 주인 없는 개들, 파랗고 잔잔한 지중해와 그것을 굽어 보는 언덕 위의 올리브 나무, 싸고 신선한 와인과 맛있는 파스타, 검은 머리의 여성들과 느긋하고 여유로운 삶 .. 그것들은 모두 시칠리아에 있었다. 나는 팔레르모 공항을 떠난 지 불과 다섯 달 만에 아내와 함께 다시 그 섬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김태정의 우리꽃 답사기 ['21. 4/9]
나무 관련 책을 읽다 김태정이라는 분이 우리꽃과 관련된 책을 많이 내신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는 이 분 책 중에 꽃도감 같은 우리 꽃 소개책을 대출하려 했으나 답사기가 있어 pick.
이미 오래된 1990년대, 2000년대 초반의 이야기라 지금과는 달라진 모습들이 많겠지만 오히려 옛 생각들을 떠올릴 수 있어 더 재미있는 측면도 있다.
때로는 여러 명이 단체로 가는 답사도 있는데 그러다보니 에피소드도 가끔 발생하는 듯.
뱀을 한가득 잡아다 민박집에 두고 답사를 갔다 주인장이 청소하러 들어갔다 혼비백산한 이야기는 절로 웃음이 나온다.
답사길에 들른 식당, 민박집 이야기도 정겹고 덤으로 얻는 듯.
이 분 다른 책들도 봐야겠다.
항상 건강하시기를.
아래는 책속의 문장들.
"5월이었지만 이른 아침 진부령의 고갯 마루는 바람이 제법 쌀쌀했다. 주머니에는 달랑 천 원짜리 두 장과 동전 몇 개뿐. 고갯 마루에 식당을 하는 두세 가구가 있어 그 중 제일 끝 집에서 천 원도 안되는 값으로 명태국에 밥을 먹었는데 이름이 부흥 식당이었다. 지금도 그 길을 지날때면 가끔 들러 먹곤 하는데 명태국에서 황태 해장국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맛은 옛날이나 변함이 없다. 그 길에서 원통까지 오는 중간엔 최신식 통나무집 황태 해장국 식당이 수십 개가 늘어서 있어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나 맛에서는 부흥 식당이 최고라는 건 알 만 한 사람은 다 안다. "
-p46. 1987년 이야기.
동백꽃의 씨방에는 대추 열매만 한 꿀덩이가 들어 있어 다른 꽃에 비해 꿀이 많은데, 이는 벌이나 나비보다는 덩치가 큰 새들이 찾아 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동백꽃은 조매화(鳥媒花)라 하기도 한다.
-p156.
큰일이었다. 아직 산행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밥을 안 먹으면 당장 힘이 없어 따라 오지도 못할 텐데, 통역을 시켜서 그곳 서부 공원의 책임자한테 파리 약이라도 구해다가 뿌려서 잡던지 해야지, 나도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고 등에를 좀 퇴치해 달라고 전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책임자뿐만 아니라 그곳 사람들 모두 나보고 화를 벌컥 내며 자기들을 모두 죽으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얼굴을 붉혔다. 어리둥절해진 내가 통역에게 물었다. "아니, 등에 잡아 달라 했더니 자기네들 죽으라 한다니 혹시 자네가 통역을 잘못한 것 아니야?"
"아닙니다. 여기는 한국과 달라서 이곳 사람들의 모든 먹거리는 이곳 백두산 원시림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이곳은 고원지이기 때문에 작은 벌이나 나비는 제대로 살지 못하고,이 강인한 등에 만이 각다귀와 같이 꽃가루 받이를 해주지요. 등에 덕에 딸기, 오이, 수박 등 각종 작물이나 산에 나는 열매들이 열리고 종자가 드는 셈이지요. 하니까 등에 같은 벌레하고 같이 생활하는 것이 원칙이거든요. "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른바 식물의 생태를 연구한다는 사람이 그들에게 무척이나 부끄럽게 되었다. 나는 이곳에 처음 들어와 이곳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으며 잘못을 사과한다고 전하라고 했더니 그제야 사람들이 오해를 풀었다.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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