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카를 무사히 넘기고 람블라 거리에 도착하니 3시 정도는 되었던 것 같네요.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오후.
이 활기 넘치고 보물 가득한 도시에서 뭔가 놓친 것은 없을까, 반나절의 제한된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하나; 조바심 나고 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지만 애써 태연한 척 거리를 거닐어 봅니다.
이 또한 여행의 일부이겠지요.
람블라 거리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오니 나타난 작은 광장;
바로 앞에 오래된 시청사 같은 건물이 있었는데 상세 정보는 확인을 못함
아내는 귀신같이 퀼트 천 가게를 찾아내고는 저를 또 기다리게 합니다; ^^
람블라 거리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나오는 말쑥한 건물.
화장실을 쓸 수 있을까 기웃거렸었는데 시청인지, 자치 정부 청사인지 잘 모르겠네요;
느낌에 공공 건물임은 확실했던 것 같음.
건물 맞은편 공터의 조형물
지금에야 안 것이지만 이 날 우리가 다녔던 곳이 람블라 거리를 중심으로 고딕지구, 보른 지구를 다녔던 거네요.
고딕 지구(Gothic)에는 대성당과 roman wall 같은 중세 이전의 오래된 건축물들을 볼 수 있고,
보른 지구(El Born)는 파카소 박물관과 작지만 개성있는 수공예 shop들이 여럿 모여 있습니다.
그라시아 거리가 서울의 명동에 비유된다면 보른 지구는 홍대나 이대앞 정도로 소개되는 글들이 많네요.
특별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이 구역은 작은 골목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방향 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지도도 들고 다녔지만 좌표를 한번 확인했다가도 조금만 걷다보면 다시 여기가 어딘가 하며 위치를 놓치기를 여러번 반복했던.
Roman Wall.
사실 이 곳도 알고 찾아온 것이 아니라 보른 지구를 찾아 헤매다보니 우연히 지나쳤더랬습니다;
인적 드문 거리에 대충 보아도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돌벽이 있기에 이건 뭔가 하고 따라와 봤더니 roman wall이더라구요.
2,000년 전에 지어진 것이라는데, 내부는 어떨까 궁금했지만 별도의 게이트나 다른 안내는 찾지 못해 사진만 남기고 다시 go go~
보른 지구가 시작되는 하우메(Jaume)역.
곧바로 왔다면 리세우(LIceu)역에서 10분이면 왔을 거리인데 천천히 구경도 하고 길도 제대로 못 찾아 헤매다 보니 한시간 남짓 걸려 겨우 도착.
한참을 걸어서인지 배고픔과 갈증을 달래려 역 바로 앞의 bar에 들러 잠시 요기를 해결합니다.
상그리아 한잔과 타파스 콤비.
보른 지구는 사진이 거의 없네요.
좁은 골목에 작은 상점들이 나란히 들어서 있어 마치 서울 인사동 거리를 걷는 느낌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조용 + 차분해서 보든지 사든지 알아서 하시라는 뭐 그런 인상이었고;
그렇다고 손님을 무시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고 요란한 호객이 없어 넉넉하게 둘러볼 수 있어 편했던 기억입니다.
핸드백 매장에 들어가서 그 곳 점원과도 잠시 대화를 나누었는데, 가격이 어떠냐 물으니 솔직히 싼 것은 아니지만 품질은 정말 좋다; 본인은 이 곳 점원인데 자기네 월급으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니라고 격없이 이야기해 주어 오히려 믿음이 가더군요.
(고도의 상술? ㅋ)
이런 좁은 골목들이 가로, 세로로 얽혀 있어요;
저 위에 스파이더맨 보이시나요? ㅎㅎ
신기한 거리의 공예품들도 덤으로 볼 수 있다는.
알미늄 캔을 잘라서 저렇게 만들었더군요.
보른 지구를 나와서 다시 람블라 거리로 향합니다.
멀리서부터 음악소리가 들려 따라오니 광장 한쪽에 저렇게 연주를 하고 있더군요;
이곳에서 다시 한번 느낀 것이지만 그냥 스피커로 나오는 소리와, 저렇게 직접 연주하는 소리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음악은 워낙 모르고 관심이 없어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특히나 타악기에서 나오는 그 둥둥거리는 울림은 도저히 스피커가 흉내낼 수 없지 않을까.
여행 마지막 날의 해도 기울기 시작하고, 바르셀로나 최후의 만찬(?)은 레이알 광장에서 해결하기로 합니다.
메르세 축제가 24일이 피크라고 하는데, 그 전부터 이미 축제는 시작된 것 같습니다;
광장 중앙에는 무대가 마련되고 흥겨운 공연이..
잠시 보고 가실게요, 동영상, 46초
레이알 광장은 운동장 절반 정도의 크지 않은 규모입니다; 사방이 모두 건물로 둘러 쌓여 있어 밖에서 보면 이런 광장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더라구요, 저희도 이곳을 찾아왔다기보다 오다보니 '어? 여기가 레이알?' 뭐 이렇게 오게 되었죠.
광장을 둘러싼 3,4층 건물들은 대부분 식당들인 듯 하구요, 이 곳 한쪽에 저렴한 가격에 플라멩고를 볼 수 있는 극장도 있었습니다.
저렇게 각 식당마다 노천에도 테이블을 설치해서 손님들을 받는데 광장 곳곳에서 저런 퍼포먼스를 볼 수도 있어 그저 앉아만 있어도 지겹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더군요.
위 사진은 혼자서 열심히 기체조를 하시던 분.
마치 뉴질랜드 마오리 족을 연상시키는 웃통 벗은 건장한 남자들의 박력넘치는 공연도 있었는데 사진은 남기지 못했네요.
최후 만찬은 "Les Quinze Nity"에서.
역시 알고 찾아간 곳은 아니고 긴 줄을 따라 자연스레(?) 우리도 동참하게 되었던.
뭐랄까... 이날 저녁 식사만큼은 모험보다는 안정된 곳을 찾았던 것 같아요.
저희는 그나마 20분 정도 기다려 자리를 받았는데, 요리가 막 나오기 시작할 무렵에는 줄이 훨씬 더 길어졌더군요.
기다리는 동안 광장 잠시 둘러봅니다...
그날 먹은 게 이게 다였나?
뭔가 더 나왔던 것 같기도 한데 가물가물하네요.
마지막 날 밤이라는 아쉬움과 일주일간의 여행이 무사히 마무리되었다는 안도감에 상그리아의 향긋한 취기가 더해져 아득하게 빠져드는 밤이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즐거운 시간들이었기에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하는 괜한 불안감이 들기도 했구요.
일주일 뒤돌아보면 걱정했던 사고는 없었고, 만났거나 스쳤던 사람들 한명 한명이 모두 친절했고 선했던 것 같아 더욱 좋은 기억으로 남을 듯.
민박집 돌아오니 주인 내외분 반갑게 반겨주시고, 우리 부부의 스페인 중부 체험 무용담 들리드리니 박장대소하시며 즐거이 들어주십니다.
살갑게 잘 대해주셨는데 제대로 인사도 못 드리고 나온 것 같아 아쉬움이 남네요;
언제 다시 뵐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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