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까지 11시간이 좀 안되는 긴 비행시간.
전날 일부러 잠도 아끼고 몸을 혹사시켰건만 눈은 멀뚱멀뚱.
통로쪽에 앉은 아저씨는 이륙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잠에 드시고,
창가쪽을 차지한 우리 부부는 몸을 베베 꼬며 본격적으로 시간과의 싸움을 시작합니다.
봤던 영화 또 보고..
네비 성능도 확인하고..
(이슬람 교도를 배려해서인지 navigation map을 보여주는 중간에 가끔씩 이슬람 성지인 메카까지의 방향과 거리를 보여주기도 하네요.)
주는 밥 맛나게 처묵..
(왠만한 기내식은 뭐든 안가리고 잘 넘어가는 듯.
인천-> 도하 구간은 미니 김치도 주더군요; 뭐 김치 없이도 잘 먹을 수 있었겠지만.)
'요 안에는 뭐가 들었을까?'
(목에 걸 수 있는 작은 주머니를 주는데; 수면용 안대랑 귀마개, 일회용 치약/치솔이 들어 있다는.
한번도 쓰지는 않았네요)
인천 -> 도하 구간은 한밤에 출발해서 줄곧 서쪽으로만 날아가기 때문에 비행 시간 내내 어두운 밤입니다.
창밖의 풍경이라도 좀 바뀌면 좋겠지만 그저 시커먼 하늘만 날아가고 있으니 왠지 젊은날 탔던 야간열차의 정취도 떠오르고 기분이 좀 묘해지더군요.
몸이 한계에 달하는지 슬슬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은 순간,
고도는 점점 내려가는 듯 하고 드디어 착륙을 알리는 기내 방송이 나옵니다.
'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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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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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공항.
게이트에 출구가 도킹하는 방식이 아닌 일단 땅으로 내려서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왠지 이런 느낌? ㅋㅋ
# 도하공항 Transit 도하 공항은 도착과 출발 터미널이 따로 떨어져 있습니다.
그냥 도하로 들어가려면 도착 터미널로, transit을 하려면 출발용 터미널로 이동해야 하죠. 다행히 공항에서 티케팅을 하면 티켓을 위와 같이 봉투에 넣어 주는데, 봉투 색상과 같은 색상의 터미널에서 하차하면 됨.
혹시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바짝 긴장했지만 도착, 출발역이 떨어져 있다는 것과, 색상 봐서 내리면 되는 정도만 알면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 도착역에 먼저 정차했고(여기까지 10분 정도?), 다시 출발역까지 10분 가량 더 갔던 것 같네요. |
도하 공항 departure terminal.
안내판의 문자들을 보니 여기가 정말 중동의 도하로구나 하는 생각이.
새벽 5시 정도 도착;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는 8시 출발이라 다시 3시간여를 공항에서 대기.
머리는 떡지고, 수면 시간은 제로에 가까워 몽롱한 상태지만 왕복 4차례의 비행 중 제일 긴 구간을 마감한 안도감으로 살짝 흐뭇~^^
양말 벗고 두다리 쭉 뻗어보기도 하고.
이곳 저곳 기웃거려 보았지만 도하 공항은 규모가 작은 느낌입니다.
(제 기준은 주로 인천공항일테니; 어느 공항이 대상이 되더라도 작은 느낌일 수 밖에 없기도 하겠네요)
다양한 인종의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지만 뭔가 잘 정돈되지 않고 필요에 따라서 나열된 느낌.
조만간 신공항인 하마드(HAMAD) 공항이 오픈할 거라고 하니 지금의 도하 공항은 우리나라의 김포 공항과 같은 위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공항 한쪽 벽면의 신공항 광고
시간은 흘러 도하 공항에서 아침을 맞습니다.
태양을 거슬러 날아온 끝에 오랜만에 맞이하는 아침이라 그런지 반갑기도 하고, 바르셀로나까지는 환하게 밝은 하늘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피곤도 잠시 잊고 기대와 두근거림이 다시 찾아오는 듯.
이제 한번 더 날면 바르셀로나!
꼭꼭 모셔두었던 티켓과 여권을 다시 꺼내들고 체크인 하려는 찰나!
데스크 직원이 우리 티켓을 보더니 뭐라뭐라하고는 북북 찢어버립니다.
'뭐미?... 우리 테러 분자 아님!!!'
애써 태연한 척 하고 피차간에 그리 능숙하지 않은 영어로 대충 말하고 대충 이해하기로는 좌석 번호가 바뀌었다고 하고는
곧 새로 티켓을 발권해 주네요.
식은 땀 살짝...
집사람의 여권 만기 기한이 6개월 조금 넘게 남은 상태라 처음엔 그게 문제가 되는가 했지만 결국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고 어쨌든 티켓은 발급받았으니 툴툴 털어버리고는 다시 여행 모드로 전환.
(나중에 보니 결국은 더 잘된 일이었던 듯.
꼬리쪽 좌석 중앙 부분을 배정받았는데 마침 통로쪽 좌석은 비어 있더라는, ㅎㅎ)
비행기까지는 다시 버스로 이동.
이 녀석인가? 저 녀석인가?.. 타게 될 비행기를 맘속으로 여러번 찍어보았지만 번번히 실패.
만만하게 보았던 공항이 막상 버스로 휘젓고 다니니 꽤 크게 느껴지네요.
중동의 사막 위를 날고..
푸르른 지중해를 건너...
마침내 바르셀로나에 도착.
조금 과장해서 땅에 입이라도 맞추고 싶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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