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읽었던 서민 교수님의 기생충 열전에 이어 다시 선택한 책.
내가 이런 기생충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마치 예전에 영화 에이리언을 보면서 느꼈던 그 쇼킹하면서도 기이함, 공포감, 호기심과 같은 류의 재미를 찾기 때문이 아닐까.
국민학교(초등학교)시절 기생충 검사를 하면 항상 내 이름이 불리지는 않을까 항상 조마조마 했었고, 때때로 호명되어 난처한 얼굴로 약을 받으러 나갔던 흑역사도 있었기에 기생충은 그저 징그럽고 박멸되어야 할 무의미한 생명들로만 생각했으나 이런 정보들을 대하며 인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어쩌면 그때의 그 기생충들 때문에 지금의 내 몸이 좋은 면역체계를 갖추게된 건 아닐까 괜한 고마움도 느껴보네요.
방위 복무시절 보았던 연가시의 충격도 이제는 신비하고 경이로운 기억으로 간직하게 되었고(배가 엄청 부른 사마귀 한마리를 잡아 PT병에 넣고 이리저리 굴려가며 놀았는데, 어느 순간 다시 보니 사마귀는 배가 홀쭉해진 채 사망하고, 3~40 센티는 되어 보이는 하얀 지렁이 같은 놈이 PT병 안을 칭칭 감고 있더라는...), 살을 뚫고 나오는 메디나충, 무서운 말라리아 이야기도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네요.
나이가 들면서 '생명'이라는 더 크고 넓은 영역으로 관심과 애정을 키워갈 수 있는 흥미로운 책.
다만 지난해 접했던 기생충 열전과는 조금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신선도는 떨어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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