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관련 책은 의무감, 미안함 그런 감정으로 인해 일부러라도 찾게 되는 듯.
지난해 10월에 출판된 책이긴 하나 아직 크게 나아진 것도 없고, 사실 개인적으로도 슬픔에 크게 공감하고 사회가 변하는 계기가 되어야 된다는 생각만 막연히 하고 있고 특별히 한 것도 없는 터라 더더욱 그런 마음이 들게 된다.
200페이지 조금 넘는 길지 않은 분량이고 여러 작가, 문인들이 쓴 글들을 모아둔 책.
그런데 읽고 있으면 너무 어렵고 무슨 논문같은 글들도 있어 몰입은 쉽지 않았던.
세월호를 이야기하는데 저 많은 비유와 난해한 고찰들이 꼭 필요한 것일까 반문이 들기도 했던..
그래도 몇 몇 마음에 남는 부분들 옮겨봅니다.
"앞으로 '바다'를 볼 때 이제 우리 눈에는 바다 외에 다른 것도 담길 것이다. '가만히 있어라'는 말 속엔 영원히 그늘이 질거다. 특정 단어를 쓸 때마다 그 말 아래 깔리는 어둠을 의식하게 될 거다. 어떤 이는 노트에 세월이란 단어를 쓰려다 말고 시간이나 인생이란 낱말로 바꿀 것이다. 4월 16일 이후 어떤 이에게는 '바다'와 '여행'이 '나라'와 '의무'가 전혀 다른 뜻으로 변할 것이다. 당분간 '침몰'과 '익사'는 은유나 상징이 될 수 없을 것이다."...
-P14
"세월호는 애초부터 사고와 사건이라는 두 개의 프레임이 겹쳐진 참사였다. 말인즉슨 세월호는
선박이 침몰한 '사고'이자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이제 이 두 장의 필름을 분리해야 한다. 겹쳐진 필름이 이대로 떡이 질 경우 우리는 이것을 하나의 프레임,즉 '세월호 침몰사고'로 기억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P56
"고백을 해 보자.
4월 16일 이후로 많은 날들에 나는 세계가 존나 망했다고 말하고 다녔다. 무력해서 단념하고 온갖 것을 다 혐오했다. 그것이 역시 당사자가 아닌 사람의 여유라는 것을 나는 7월 24일 서울광장에서 알게 되었다.세월호가 가라앉고 백 일이 되는 날, 안산에서 서울광장까지 꼬박 하루를 걸어온 유가족을 대표해 한 어머니가 자식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그녀는 말했다. 엄마 아빠는 이제 울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싸울거야.
나는 그것을 듣고 비로소 내 절망을 돌아볼 수 있었다. 얼마나 쉽게 그렇게 했는가. 유가족들의 일상, 매일 습격해오는 고통을 품고 되새겨야 하는 결심, 단식, 행진. 그 비통한 싸움에 비해 세상이 이미 망해버렸다고 말하는 것. 무언가를 믿는 것이 이제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그러나 다 같이 망하고 있으므로 질문해도 소용없다고 내가 생각해버린 그 세상에 대고, 유가족들이 있는 힘을 다해 질문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공간, 세월이라는 장소에 모인 사람들을, 말하자면 내가 이미 믿음을 거둬버린 세계의 어느 구석을 믿어보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 내가 뭘 할까. 응답해야 하지 않을까."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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