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2013 Spain

9. 구엘 공원 - 테라스와 도마뱀 분수 (2013.9.15 일)

TommyTomTom 2013. 11. 16. 10:16

이제 본격적으로 가우디의 작품들을 만나 봅니다. 

 

공원 산책로를 호위하듯 도열해 있는 기둥들.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냥 기둥이라고 해야 할지, 탑이 적당할지, 어찌보면 올려놓은 화분대 같기도 하고.

 

예술은 전혀 모르지만 이 길에 저 조형물들이 없었다면 좀 삭막하지 않았을까,

또는 그냥 콘크리트로 저런 모양의 탑들을 올렸다면 권위적이고 딱딱한 느낌만 주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들을 해 봅니다.

 

잠깐 포즈를 취해봅니다.(^^)

비는 오락가락하고...

 

바로 위 사진 산책로의 아래는 이런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치형의 돌기둥들이 양쪽을 받쳐주고 있죠.

 

잠시 비를 피할 수도 있었고 보기보다는 아늑하더라는..

사진에는 없지만 저 곳에서도 거리 예술가들의 퍼포먼스와 아기자기한 상인들을 여럿 볼 수 있었네요.

 

천장 부분의 구조.

기둥들 사이로 반원 형태의 덮개들이 올라가고, 그 사이를 돌들로 채운 모습입니다.

EBS 가우디 특집을 보니 이것들을 다른 곳에서 만들어 가져와서 조립하는 기법을 써서 2년만에 공원을 다 만들었다고 하네요.

(* 바르셀로나 방문 전에 EBS 다큐프라임 안토니오 가우디를 한번 보고 가시면 즐거움이 더욱 커집니다; 강추) 

 

1900년대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중장비도 없었던 당시로는 혁신적인 방법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저는 저 돌이 행여나 머리 위로 똑 떨어지면 어쩌나, 왜 그런 걱정을 하고 했던지..

 성격은 어디 안 가나 봅니다, ㅡㅡ;)

 

커다란 기둥들 아래에는 저렇게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의자를 배치해 두기도 하였네요.

(여보, 근데 거기 비둘기 응아 있던..)

 

이제 산책로 탐방을 마치고 넓다란 옥상 마당쪽으로 내려왔습니다.

마당의 산쪽 끝에는 저렇게 작은 돌들로 장식된 벽이 있고,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굴처럼 만든 공간이 있어 창고로 쓰거나 음료수, 간식을 파는 상점이 있기도 합니다.

저 모양들도 땅에 뿌리를 내린 식물들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기둥들마다 나무들이 올라가는 모습이 조화를 이루는 것 같기도 하고..

 

 

테라스 동쪽은 아래가 보이는 난간인데 저렇게 앉을 수 있도록 벤치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바다뱀의 형상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넓은 공간임에도 일행들끼리만의 비교적 독립된 공간을 보장해주려는 배려가 담겨있다고 하네요.

 

잠시 그 유명한 가우디 타일 감상을...

 

 

 

(자세히 보시면 비둘기들이 앉지 못하게 가느다란 철사를 촘촘히 세워 놓았네요)

 

 

 

2층 옥상에서 내려본 공원 정문.

2개의 건물은 원래 경비실 용도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기념품 가게와 전시관(맞나?...)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20세기초 산업화가 한참이던 시절, 갑부였던 구엘은 바르셀로나의 상류층들을 대상으로 주거지를 계획하고 가우디와 함께 이 공원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흥행은 저조했고, 결국 훗날 최초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시에 기증되었다는...

두 뛰어난 자본가와 건축가의 만남이 이토록 바르셀로나, 또는 스페인 전체를 빛내게 될지 그들은 예상이나 했을까요.

 

공원의 하이라이트, 정문 분수대 쪽으로 이동해 봅니다.

 

이름은 모르겠으나 스페인의 정열을 품은 듯한 붉은 꽃이 보여 사진에 담아봅니다.

 

옥상마당 옆쪽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오니 저렇게 단체 사진을 찍고 있는 일행들이 보여 저도 뒤에서 슬쩍 한 컷 남겼습니다.

이 팀은 특이하게도 말 대신 숫자를 들고 있네요; 숫자의 의미는 도대체 유추 불가! 

 

   

집사람을 모델로 삼긴 했으나, 실제 의도는 기둥을 둘러싼 하얀 타일 장식의 높이를 비교하기 위해서입니다.

왼쪽 사진이 바깥쪽, 오른쪽 사진이 안쪽의 기둥인데 안쪽 기둥의 타일 높이는 집사람 키보다 훨씬 높게 장식하였죠?

먼곳에서 공원의 기둥들을 바라보았을 때 원근에 따라 타일 높이가 달라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이렇게 장식들의 높이를 기둥마다 조금씩 달리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왼쪽 사진의 기둥들을 보면 제일 안쪽 기둥이나, 제일 바깥쪽 기둥의 장식 높이는 같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네요.

 

마치 무슨 숨겨진 보물 조각들을 하나씩 찾아 나가는 듯한 셀레임과 즐거움으로 흥분되었던~^^

 

태양과, 4계절을 의미한다는 천장의 모자이크.

기념품 가게에 가면 단골로 등장~ ㅎㅎ

 

구엘 공원의 터줏대감을 꼽으라면 이 것이 아닐까; 도마뱀 분수.

 

옥상 마당은 물을 잘 흡수하는 흙으로 덮여 있고, 그렇게 흙 사이를 통과한 물은 옥상을 받치는 기둥들 안에 숨겨진 배수구를 통해 저층으로 모인다고 합니다.

그렇게 모인 물들이 다시 공원 앞마당까지 흐르도록 해서 분수가 가능하다고 하네요.

화려한 타일의 도마뱀 장식 이면에는 저런 치밀함이 숨겨져 있는 듯.

 

용의 머리인지, 어떻게 보면 거북이 머리 같기도 하고.

저 여자분 사진을 찍으려고 했던 건 아닌데.. 으흐...

 

정문 바로 앞 정원의 풍경입니다.

비오는 날씨였는데도 관광객들로 붐비었고, 특히나 도마뱀 분수가 있는 저곳은 밀도가 높아 오래 있지는 못하겠더라구요.

조용할 때 다시 한번 올라 타일 하나 하나 빼놓지 않고 봤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다음 목적지인 성당을 놓칠 수는 없어 정문을 통과합니다.

 

가우디 집안은 대대로 대장장이였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철로 만든 많은 장식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조금 투박하지만 많은 시간 작업했을 것 같은, 커다란 나뭇 잎사귀를 닮은 정문의 장식들.

 

 

# 공원 입장은 무료.

내부에는 가우디가 살았다는 박물관이 있었는데 입장료가 따로 있었고 얼마 정도 대기해야 들어갈 수 있어 거기는 그냥 지나쳤습니다.

정문과 옥상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매점이 있었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