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2013 Spain

18. 몬세랏 - 검은 성모상 (2013.9.16 월)

TommyTomTom 2013. 11. 28. 20:32

성당으로 다시 내려오면서도 성모상을 꼭 뵈어야 하나 확실히 결정하지 못했던 것 같네요.

아까 잠시 봤던 대기하는 줄이 워낙 길었던 탓도 있었고, 이미 사전 학습(?)으로 접한 이미지는 꼭 가서 봐야할까 하는 의문도 주었기 때문.

결국 기다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확인하기로 하고 다시 성당 입구로 이동.

 

이 계단을 따라 오르면 넓다란 성당 앞 마당이 펼쳐집니다.

 

 

성당 가는 한쪽 벽에 위치한 성모상.

바로 전날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본 고난의 파사드에 있는 상들과 뭔가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고난의 파사드에 있는 조각상)

 

앞서 블로그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Josep Maria Subirachs'라는 조각가의 작품이라고 하네요.

음각으로 눈이 새겨져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아도 눈을 마주치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

긴듯하기도, 민듯하기도...ㅎㅎ

 

 

조각상을 지나쳐 성당쪽을 바라보니 오전에는 마당까지 길게 이어졌던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이제는 보이지 않습니다.

'휴, 이 정도면 기다려서 보고 갈까?'

 

오전에는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성모상을 위해 대기하는 시간도 길어질 수 밖에 없다고 하네요;

민박집 아저씨 가이드대로 오후 느지막하게 성모상을 알현하는 것이 우리같은 개별 여행자들에게는 더 나은 듯.

 

 

오전에 그렇게 붐비던 홀도 이젠 텅 비어 있고...

(홀 바닥은 바티칸을 본 따 만들었다고 하네요; 바티칸에는 가보질 못해 확인은 불가~)

 

성모상은 미사를 보는 성당 내부 전면부에 모셔져 있습니다;

미사를 보는 공간과는 분리된 높은 공간에 위치해 있지만, 예배당 측면에 있는 복도를 통해 올라가면 직접 뵙고 짧은 기도를 드릴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사진 중앙에 둥글게 표시한 부분이 검은 성모상이 모셔져 있는 곳.

처음 성당에 들어갔을 때는 저 쪽으로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보여 뭘까 의아해 했는데 알고보니 성모상을 보기 위한 행렬들이었던.

 

 

오전처럼 줄이 길지는 않아 성당 내부에서부터 기다릴 수 있었지만, 그래도 대략 20분 정도는 대기했던 것 같습니다.

 

홀의 각 기둥에는 각국의 언어로 된 보드가 걸려있습니다;

저 같은 사이비 신자 말고 신앙심 깊으신 신자분들은 오시면 참 좋아하실 듯...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함인지, 신부님? 수사님?의 장황한 파이프 오르간 리사이틀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혼자 연습하고 계시는 듯 했는데, 여러 옥타브를 넘나드는 듯 멀리서 보이는 상체의 움직임이 왠지 경건하면서도 힘차 보였던...

사진으로 보니 파이프 오르간 중앙의 연주자가 계시는 곳에서 광채가? ㅎㅎ

 

 

결국 기다림은 끝나고, 복도 끝에 있는 작은 계단을 오르니 마침 성모상이 바로 앞에 보입니다.

한명씩 성모상을 바로 앞에서 마주보고는, 둥근 구슬에 손을 얹고 짧은 기도를 하는 방식으로 대부분 알현하게 됩니다.

 

'어떤 기도를 올리지?, 정말 들어주시는건가?'

뭐 이런 생각을 하며 차례를 기다리니 왠지 살짝 가슴이 콩딱거리고 긴장되더라구요.

 

가족의 건강과 무탈함을 빌어야지 하며 기다렸는데, 결국 성모상 앞에 서니 그런 개인적인 평화보다는 보다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달라는 기도를 올렸다는 아내의 말을 들으니 어쩜 성모상이 영험(?)한 것이 이런 능력이 아닐까 생각도 해 봅니다, ^^

 

성모상은 직접 사진으로 남기지 못해 간단한 소개 사이트 링크만 걸어둡니다; 여기~.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 쓸쓸한 마당과...

 

오르는 이 별로 없는 계단을 거쳐...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기차 역으로 내려갑니다.

 

이제는 거대한 바위산들의 그늘에 가린 역에서 잠시 기다리니 바르셀로나행 열차가 들어오고,

잠시 속세를 떠나 차분했던 기억들을 품고 다시 화려한 도시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