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Book-100자 서평/2021

2021 책읽기 (8) - 조국의 시간, 한명숙의 진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TommyTomTom 2022. 5. 6. 12:00

한명숙의 진실. ['21.8/16]

몇 해 전 봉하마을 내려가서 잠시 마주뵈었는데,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져 정작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먼 발치서 바라만 보았던 기억이다. 당시 나도 이제 나이가 먹어 눈물이 많아졌구나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나만 그랬던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책을 사서 읽는 것이 그 분의 진실 하나하나가 궁금했던 것 보다는, 그저 미안함, 죄송스러운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노대통령님을 그렇게 보내고, 다시 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며 느꼈던 무력감에 대한 사죄의 마음이랄까...
어쨌든 세월이 흐른 지금 진실도 하나 하나 드러나고 있고 총리님도 이렇게 책을 내시고 다소 기운을 차리시는 듯 하여 안도하게 된다.

진영의 어른으로 계속 활약해 주시기를...
( 얼마전 읽은 조국의 시간과도 맞닿는 부분이 많다... )

# 아래는 책 속의 문장들.

"언니! 좁은 독방도 우주의 한 공간이야! 지금 언니는 너 른 우주의 한 공간 안에 있는 거라구! 그리고 잊지 마! 언니 자신이 곧 우주야! 우리 모두가 우주 란 말이야!"
p231. 수감 중에, 동생이 보낸 글.


"마침내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순간 울음의 둑이 터진 듯 그동안의 온갖 설움이 북받쳐 올라 목 놓아 통곡하고 말았다. 하늘에서 환하게 웃고 계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환상 가운데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역사의 진보를 믿는다. 그리고 역사의 진실을 믿는다. 역사는 굽이쳐 흘러 종국에는 바다로 간다. 나는 어쩌면 도도한 역사의 물줄기 위에 동동 떠내려가는 한 잎 나뭇잎인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도 회상한다. 그날 흘렸던 눈물은 환희의 눈물이었을까 아니면 억울함의 눈물이었을까?"
-p293

## 아래는 감옥에서 읽으셨다는 책들.
- 잡초의 재발견
- 통찰의 시대
-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조국의 시간. ['21. 7/18]

조국. 윤석열. 검찰...
어쩌면 추상적으로만, 또는 과거의 사건들로만 접해오던 검찰의 문제점들을 생중계하듯 보여준 것이 이번 윤석열 검찰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어서 빨리 모든 대법원의 판결이 확정되고 교수님 환한 웃음을 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아래는 책 속의 문장들.

"검찰의 정치적 독립과 정치적 중립은 다른 문제였다. 검찰 자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으면 정치적 독립을 보장해 주어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자 정치적 중립은 물론 이요 정치적 독립마저 스스로 팽개쳐 버렸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밀어 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럽다. 이러한 제도 개혁을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퇴임한 후 나와 동지들이 검찰에서 당한 모욕과 박해는 그런 미련한 짓을 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 p107. 노무현, 운명이다

세 가지 근절 사항.  전임 박상기 법무부 장관께서 추진하셨던 몇 가지 과제를 매듭 지어야한다고 판단했다. 박 장관은 2018년 10 월 국정 감사에서 이렇게 밝혔다. "피의 사실 공표 행위, 심야 조사, 포토 라인,이 세 가지를 없애는 방향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p224

"서초동에 모인 사람들이 10년 전의 노무현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꼭 지키겠다고 다짐한 것은 정치적인 수사가 아니었다. 나는 정말로 사람을 살리고 싶었다. 검찰 개혁이니 적폐 청산이니하는 거창한 구호는 솔직히 뒷전이었다. 그냥 잠자코 만 있으면 또 누군가 죽어 나가겠구나, 내 한 목소리라도 보태서 사람을 살리자는 절박함이 훨씬 더 컸다. 내가 외친 '조국 수호'는 장관으로서의 조국을 지키자는 게 아니라 한 생물학적 인간으로서의 조국을 지키자는 말이었다. 서초동에는 그런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 많았다. "
-p279

“현 정권의 '내로남불’, 위선에 대한 비판이 상당하다. 권력의 위선에 대한 비판은 늘 옳다. 그러나 위선으로 입은 상처를 솔직한 악덕으로 치유할 수는 없다. 역설적이지만 위선이야말로 선을 닮고 싶은 우리의 또 다른 본성을 증거한다. 위선이 '악이 선에 바치는 경배'인 이유다. 위선은 역겹지만 위선마저 사라진 세상은 야만이다. 냉소하기보다는 위선의 모순 속으로 걸어가야 할 까닭이다. 이 길을 걸어야 한다.”
-p359, 조형근 선생의 글 중.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21. 10/4]

여행을 가면 무수한 건축물들을 만나게 되고 자연 풍광과 더불어 여행의 즐거움을 주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저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뭔가 생각할 거리를 주고 한발짝 더 깊이 들어가고 싶은 욕구는 있었으나 이 분야에 대해 이해와 자극을 줄만한 책을 잘 찾지 못했다.
그러던 차, 알릴레오를 통해 교수님 책을 알게 되었고 예전에 쓰셨던 책부터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건축이라고 하면 기하와 물리, 토목같은 이과 위주의 주제들이 많이 떠오르지만 교수님 책은 그 이면의 사람과 자연에 대한 언급이 많은 듯 하다.

책 한권을 읽고 간축에 대한 이해가 쑥쑥 자랄 수는 없겠지만 작은 씨앗 하나는 품은 느낌이다.


아래는 책 속의 문장들.

1장. '왜 어떤 거리는 걷고 싶은가'
- 보행자가 걸으면서 마주치는 거리 위의 출입구 빈도수와 걷고 싶은 거리의 상관관계.
보행자가 걸을 때 미국 도시에 비해서 유럽 도시가 더 자주 교차로와 마주치게 되고, 그 만큼 보행자는 더 다양한 
선택의 경험 혹은 진행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난 도로의 공간감을 체험하게 된다.
- 단위거리당 출입구 숫자가 많아서 선택의 경우의 수가 많은 경우를 ‘이벤트 밀도가 높다’라고 표현해 보자.
높은 이벤트 밀도의 거리는 보행자에게 권력을 이양한다. 그리고 보행자에게 변화의 체험을 제공한다. 또한 매번 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체험의 가능성을 높여 준다.
- 공간의 속도
도로와 건물 같은 물리적인 조건 이외에 거리에서 움직이는 개체도 거리의 성격을 규정하는 한 요인이 된다.
공간은 어떠한 행위자로 채워지느냐에 따라서 그 공간의 느낌과 성격이 달라진다.

2장. '현대도시들은 왜 아름답지 않은가'
- 서울은 여름철이 그나마 좀 볼 만하다. 가로수와 잡초가 건물과 간판을 많이 가려 주기 때문이다. 사실 건축적으로 아름다운 도시가 되려면 겨울에 아름다워야 한다.
- 도시를 형태와 재료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나누어 본다.

형태는 다양하고 재료가 통일되었을 때 도시 공간이 다이내믹하고 좋아진다.
- 골목과 복도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그 근본적인 차이는 하늘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 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그 당시의 건축 기술력, 문화적 가치, 경제적 배경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합쳐져서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예술이다.

8장. 우리는 왜 공원이 부족하다고 말할까
- 이렇듯이 앞집 사람하고 담소를 나누는 골목길은 공동의 거실이었다. 각자 집 안에 마당이 있고 대문을 열고 나가면 골목이 거실이었던 것이다. 70년대까지 사람들은 자기 집 앞의 길이라는 외부 공간을 내부 공간처럼 사용했다.
..
이렇게 동네 사람들의 거실로, 때로는 아이들의 축구장, 야구장, 배드민턴 장으로 사용되던 골목길은 마이카 (my car) 시대가 오면서 막을 내렸다.
..
축구를하던 골목은 집집마다 차가 생겨나면서 주차장이되었다.

- 서울숲과 센트럴 파크.
공원 주변에 접해있는 주거와 상업 시설은 공원 공간의 성격을 바꾸어 놓는다. 뉴욕 시민들은 센트럴 파크에서 일광욕도하고 원반 던지기도하고 야구를하거나 롤러 블레이드를 타기도 한다. 주거와 공원이 접하는 면이 길기 때문에 그 둘 사이에서 많은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이다.하지만 서울 숲 주변에는 대부분 강변 북로와 내부 순환 도로 같은 고속도로가 접해있다. 서울 숲은 외롭게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다.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원 내부 공간의 성격이 센트럴 파크처럼 활력이 넘치기 어렵다.

12장 '뜨는 거리의 법칙'
- 복잡한 진입로의 또 다른 이유는 건축 이론가 건터니 슈케의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니슈케에 의하면 미국처럼 공간이 넓은 곳에서는 시간 거리를 줄이는 쪽으로 건축이 발달하고, 일본 같이 공간이 협소한 곳에서는 시간을 지연시켜서 공간을 심리적으로 커 보이게 한다고 한다. 따라서 미국은 시간 거리를 줄이는 고속도로가 발달했고, 일본은 좁은 공간을 넓게 느끼게 만들기 위해서 진입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 안전한 거리라는 부분은 덕수궁 길만이 가지고 있는 웬 만해서는 대체 불가능한 요소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뜨는 거리가 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안전'이다. 대부분의 거리에서 안전은 쇼윈도의 불빛과 사람들의 눈으로 만들어지만 정동길처럼 대사관 보안이라는 이유로 만들어 지기도한다.

-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상다리가 휘어지게 나오는 식, 즉 한 번에 모든 음식이 한눈에 들어 오도록 쫙 깔려서 차려진다. 반면에 서양 음식은 전식부터 후식까지 순서대로 음식이 나온다. 마치 알파벳으로 단어를 만들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순서대로 쓰인 것과 비슷하다.